21일 서울 마포구 온코크로스 본사에서 만난 김이랑 대표는, AI를 활용해 약물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영역을 넘어 개발과 상업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시장은 연평균 40%씩 성장해 2024년 약 4조8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온코크로스만의 전략을 살펴봤다.
◇약물재창출 전략…수익 극대화 원하는 기업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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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유전자 발현 패턴 분석 통한 암 치료법을 함께 연구한 최진우 경희대 교수와 합심해 회사를 세웠다. 처음엔 빅데이터 구축에 힘을 쏟았다. 창업과 동시에 연구실도 마련했다. 그는 “기존 약물 중 특정 질환에 잘 들을만한 약을 골라내 질병에 대한 실험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약물을 사서 예측한 대로 세포가 변하는지 등을 연구실에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그렇게 쌓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2018년 AI 신약 플랫폼을 개발했다. 현재 온코크로스 플랫폼은 총 세 개다. 전사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약물의 최적 적응증을 찾는 ‘랩터(RAPTOR) AI’, 항암제 후보물질의 최적 암 적응증을 탐색하는 ‘온코-랩터(ONCO-RAPTOR) AI’, 원발부위불명암의 원발부위를 진단하는 ‘온코파인드(ONCOfind) AI’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단계까지 가는 과정을 거친 후 살아남는 약은 1%다. 랩터AI와 온코-랩터AI를 활용하면 5개 중 3개꼴이 살아남는다”며 “현재 한국파마·대웅제약·에스티팜 등과 AI 플랫폼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약물에 대해 어느 정도 임상이 진행되면, 기업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약을 확장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적응증이 2~3개 있다면 가치도 더 올라간다. 우리가 임상 단계 약물의 적응증을 찾아주는 식으로 접근하는 이유”라며 “약물재창출을 통하면 특허 이슈도 피할 수 있다. 또 안전성이 검증된 약이라 개발 및 상용화도 좀 더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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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김 대표가 말하는 온코크로스 강점은 ‘자체 임상 파이프라인’이다. 현재 랩터AI 플랫폼으로만 14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연구 중이다. 이중 자체개발하는 후보물질은 7개다. 가장 단계가 앞선 건 근위축증 치료제 후보물질 ‘OC514’다. 이외에 간경화증·비알콜성 지방간·아토피 피부염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한다. 온코-랩터AI, 온코파인드AI를 합치면 17개 중 9개 파이프라인을 자체 연구 중이다.
그는 “(OC514는) 2020년 한국파마에 기술이전했다. AI로 개발한 약물을 이전한 건 국내 AI 신약개발사 중 최초였다. 1월 4일 식약처에 국내 임상 승인을 신청했고, 글로벌 임상 1상은 3월 호주에서 우리가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OC514 국내 판권은 한국파마가, 글로벌 판권은 온코크로스가 갖고 있다.
김이랑 대표는 “최근 ‘GO AUSTRIA(오스트리아 정부가 주관하는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 멘토링을 받았다. 다들 ‘AI 플랫폼을 가진 기업은 워낙 많으니, 실질적으로 결과를 입증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며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데이터를 증명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온코크로스 매출은 2020년 기준 9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세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토대로 성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약물 후보물질 스크리닝 서비스로 일회성 수익을 창출하고, △AI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제약사와 약물을 공동 개발하며 마일스톤을 수령하고, △자체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 방식이다.
올해 온코크로스는 미국 법인 설립과 상장 예비심사 청구에 나선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김 대표는 “베네볼런트(Benevolent), 리커젼(Recursion), 엑스사이언티아(Exscientia) 등 시가총액은 3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와 임상 진입 속도가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며 “성장성이 큰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