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노바백스 다음 단계는 ‘혼합백신’
지난 17일(현지시간) 모더나는 내년까지 코로나19와 독감 혼합백신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라운드테이블에서 “내년 가을쯤 일부 국가에선 접종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겨울에 백신을 두세 번 맞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딱 한 번 주사를 맞게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 노바백스도 혼합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노바백스는 지난 9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NVX-Cov2373)과 독감 백신(NanoFlu), 면역증강제 메트릭스엠을 혼합한 백신에 대한 임상 1/2상에 들어갔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거나, 최소 8주 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호주에서 진행된다. 미국 임상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Clinical Trials)’에 따르면 올해 3월 임상 1/2상이 완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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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발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우주 교수는 “DPT(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결합백신) 등 이미 혼합백신이 많이 개발돼 있다. 독감과 코로나19 혼합백신의 경우에도 mRNA(메신저 리보핵산)나 DNA 백신 등 백신 종류와 상관없이 개발은 가능하다. 특히 모더나 mRNA 백신은 안전성이나 효능 면에서 어느 정도 입증됐고, 모더나는 몇 년 전부터 mRNA 독감 백신도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시간은 조금 걸릴 수 있지만, 개발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했다.
혼합백신이 상용화될 시 수요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매년 가을철 독감과 코로나19를 한 번에 예방하자는 것으로 생각이 옮겨가고 있고, 그게 최상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혼합백신 개발 의사 타진…국내 백신 생산 기업들에 큰 위협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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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사들의 혼합백신 상용화 시점은 글로벌 제약사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어, 추후 코로나19 백신 시장에서의 지위 확대를 노리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기석 교수는 “혼합백신이 나오면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만 수입을 안 할 수는 없다. 국민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고, 국내 산업만 보호하려 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제소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에선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도 2년 넘게 걸리고 있어, 혼합백신을 언제 내놓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단은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부터 혼합백신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인 상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아직 노바백스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진전된 내용은 없다. 혼합백신을 만들려면 코로나19 백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집중하려 한다. 추후 혼합백신 임상 설계 등은 당국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혼합백신은 독감 백신 제조사들에도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정기석 교수는 “국가사업에 따라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은 안정된 시장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의 혼합백신이 나오면, 독감백신 제조사들의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GC녹십자, 일양약품(007570), 보령제약(003850), 한국백신 등이 독감 백신을 생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