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이재명 Vs 윤석열' 이해득실은?

이정현 기자I 2021.12.27 00:00:00

박근혜 사면 파장.. 정치전문가 전망은
尹에 악재 예상 우세, 야권 분열 부추길 수도
'한명숙 포함, 이명박 제외' 놓고도 의견 분분

[이데일리 이정현 이유림 권오석 기자]“차기 대선을 의식한 야권 분열용이다” vs “정치적으로 큰 변수는 아니다”

20대 대선을 70여 일 앞두고 단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과 이로 인한 향후 정치적 파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야권 분열을 의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견과 함께 대선 정국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이 나왔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갑작스러운데다 차기 대선에 미칠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나 대체로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게 일반적 의견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원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사면’ 누구에 유리한가

최대관심사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촛불민심’이 문 대통령의 결단에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집권여당에 일차적으로 부담을 지울 수 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결국 야당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단기적으로는 윤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 본인이 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하고 그 공로로 검찰총장에 올랐던 만큼 ‘원죄론’이 부각될 수 있는데다 최근 갈등 양상인 야권분열을 부추길 수도 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이후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건강회복을 기원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윤 후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캠프 내분이 발생했는데 이를 더 증폭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문 대통령의 사면)결정”이라며 “친박계가 이번 사면을 계기로 들고 일어나 당내 영향력을 복원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탄핵 이후 코너에 몰렸던 친박계가 이번 사면을 계기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이어 “윤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후보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후보 교체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경우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면에 반대입장을 피력해온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핵심 지지층의 분열이 우려스럽긴하나 되려 표심을 중도와 보수층으로 외연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사면 자체는 정치적으로 큰 변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됐다고 이재명 지지자가 반대 선택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예상했다.

◇한명숙 전 총리 포함시키고 이명박 전 대통령 제외한 이유는?

문 대통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가석방을 함께 결정한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놓고 한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카드를 활용한 게 아니냐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이는 야권의 반발을 무마시키고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일종의 물타기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제외된 데에도 여러 해석이 뒤따른다. 이 평론가는 “(문 대통령의)선거 전략이 개입된 결과로 친박계와 친이계 간에 분열을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박 전 대통령보다)이 전 대통령에 대한 친문과 친노계의 분노가 큰 만큼 용서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 봤다. 다만 박 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갈라치기’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야권에서 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박했다.

사면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행보는 대체로 ‘칩거’ 형태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4·15 총선 당시 “보수세력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전신)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라”는 옥중메시지를 냈던 것과는 상반된다. 여기에는 대선이라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벤트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다 건강 상황이 매우 악화됐다는게 주요 이유다.

이 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 행보를 안할 듯하나 당사자 보다 친박계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본인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정치적 행보에 나설 이유가 적은데다 대선이라는 복잡한 선거판에 끼어들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박 평론가는 “사면받자마자 정치적 발언을 하면 국민 비난이 더 커질 수 있는데다 의미도 퇴색될 것”이라며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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