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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치고 면박주고"…판사 갑질 천태만상

한광범 기자I 2021.12.13 00:00:00

서울변호사회, 올해 법관평가 문제사례 공개
일부 판사, 고압적자세·불공평한 진행 여전
김대웅·엄상필·신재환 등 28인 우수법관에

(그래픽=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한 법원의 형사재판부 재판장인 A판사는 첫 재판 기일에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을 부인하자 “피고인의 변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유죄다”며 심증을 드러내며 자백을 압박했다. 해당 재판장은 변호인에게도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벌금을 올리겠다”고 부적절한 경고성 발언으로 변호인의 변론을 위축시키기도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3일 공개한 ‘2021년도 법관평가 문제사례’에 소개된 한 판사의 사례다. 올해 법관평가에서도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은 일부 판사들의 고압적 자세와 조정 강권, 불공평한 재판 진행 등을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변회가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1만 906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일부 판사들의 법정 내 고압적인 자세는 여전했다. 재판장인 B판사는 소송 당사자들이나 대리인들에게 호통을 치는 것은 물론 대리인에게 자리에서 일어서도록 요구한 후 “당신은 변호사 자격이 없으니 다음부터 오지 말라”는 모욕주기식 발언을 하기도 했다. C판사는 원고의 소취하에 피고 측에 소취하 동의를 강요하다 이에 응하지 않자 “판결문 같은 내용의 서면을 써오라. 그것을 보고 판결하겠다”는 황당 요구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 서울변회의 설명이다.

형사재판장인 D판사는 정식재판 청구사건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변호인을 향해 지속적으로 동의를 종용했다. D판사는 다른 사건에서 자신이 재판한 공범이 증인으로 나오자 그를 피고인으로 지칭하며 “당신 제대로 말하라고”라며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E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의 질문에 말꼬리를 길게 빼는 식의 답변을 이어가자 “듣기 짜증 난다. 한 번만 더 그렇게 말하면 구속되는 수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고압적 자세를 넘어 법정에서 변호사를 면박 주는 사례도 있었다. 빠른 심리를 이유로 증인신문 시간을 1명당 10~15분으로 제한했던 F판사는 증인신문이 길어질 경우 10분 넘게 변호사 태도를 지적했다. 이 판사는 변호사가 제출한 선임신고서에 오타가 있다는 이유로 재판에 출석한 변호사에게 자리에 앉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민사재판에서 과도하게 조정을 강권하는 판사도 있었다. G판사는 소송당사자들에게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내비치며 조정을 강요했다. 불공정한 재판을 지적하는 변호사들도 있었다. G판사의 경우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에 대해 반박하자, 소송지휘권을 과도하게 행사해 검사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며 공소장 변경을 지시하기도 했다.

서울변회는 변호사 10명이 이상이 평가한 법관 중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5명과 소속 법원장에게 하위법관 선정 사실을 통지했다. 이들 하위법관은 △대구고법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수원지법 안양지원 △대전지법 소속 1명씩이다.

한편, 서울변회는 △김대웅 서울고법 부장판사 △엄상필 서울고법 부장판사 △허선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신재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28명을 우수법관으로 선정했다. 허 부장판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수법관에 선정됐고, 김대웅 부장판사는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우수법관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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