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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리는 초저금리시대…금리인상 포문 연 이주열

이윤화 기자I 2021.06.14 00:00:00

이주열 정상화 발언, 금리인상 공식화
주판알 튕기기 분주한 채권시장, 금리 전망 변경
금통위 이전 내년 인상 다수에서 전원 연내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져온 ‘초저금리시대’가 곧 막을 내릴 전망이다. 백신 보급 확대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전세계적인 돈풀기로 주식, 부동산 뿐 전통적 자산시장 뿐 아니라 암호화폐시장까지 자산가격이 급등하자 버블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소비 확대로 인해 물가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상최대인 17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고민거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연내 금리인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제71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며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지난달 제10차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이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을 때만해도 “연내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던 시장 전문가들도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연내 한차례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고, 만일 정부 목표대로 11월중 집단면역이 완성된다면 임기내 두차례 인상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이데일리가 국내 국내 경제·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명 전원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새로운 컨센서스로 형성됐고 답했다. 한달전만 해도 2022년 하반기에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전문가들이 모두 판단을 바꾼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내년 인상 점치던 전문가들 “올해안 인상” 일제히 전망 변경

우려했던 것과 달리 백신접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은 통화정책에 있어서 큰 변수다. 내수 소비 회복을 가로막던 방역조치가 완화되면 내수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물가 부담이 커지는 것도 금리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중요한 건 집단면역”이라며 “보건당국의 예상 스케줄대로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다면 오는 11월에도 기준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이 20%대를 넘어갔다”며 “이르면 내년 1분기로 봤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올해 10월로 앞당긴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당초 내년 하반기로 봤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올해 4분기인 11월로 변경했다. 공동락 연구원은 “올해 금통위는 3분기 7월, 8월과 4분기 9월, 11월 총 네 차례가 남았다. 소수의견이 나올 시점까지 감안하면 11월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소수의견이 나온 뒤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긴장감을 이어나가며 연내에 금리를 인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 금리는 연내 금리인상이 한차례 이상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상태”라고 전했다. 11일 채권시장은 이 총재 창립 기념사 발표 이후 단기물은 물론 장기물인 10년 물도 소폭 오름세를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의 관심을 시기 아닌 속도…이 총재 임기내 2차례 가능성

시장의 관심은 이제 기준금리 속도로 옮겨갔다. 한은이 3분기를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이 총재 임기 내에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사실상 제로금리에 근접한 역대최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온 만큼 한은이 판단하는 ‘정상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차례 금리인상만으론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0일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연 0.5%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향후 경기나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해 한두번 기준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긴축이라고까지 볼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연구원은 “총재 임기 내 두차례 인상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수준은 이미 금리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을 갖췄다. 8월에 나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4%에서 유지되거나 소폭 상향 조정될 수 있다. 부동산이나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위험 인식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걱정거리였던 고용 지표도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55만명으로 1년 전보다 61만 9000명 늘었다. 4월(65만 2000명)부터 석 달째 늘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취업자 수도 전월 대비 10만 1000명 증가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10월, 내년 1분기 인상 시나리오와 올해 11월, 내년 3분기 인상 시나리오 두 개 중에 고민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이주열 총재 임기 내에 두 번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내년 상반기인 3월 이 총재의 임기 만료와 대통령 선거가 겹치는 만큼 임기 내 두차례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통화 긴축이 4%이상 경제성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 노력에 찬물을 끼얻을 수 있어서다.

오창섭 연구원은 “소수의견이 4분기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연말 한 차례 인상 이후 정치적 스케줄을 고려해 6개월 이후인 내년 3분기께 두번째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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