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A씨는 다가오는 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갈지 말지 고민 중이다. 부모님은 결혼 날짜를 잡은 뒤에는 남의 결혼식에 가는 게 아니라고 혼냈기 때문이다. 내 복을 다 뺏긴다나. 부모님 말씀대로 안 가자니 친구가 서운해할 것 같고, 근거 없는 미신 같지만 가자니 찝찝하다. 고민된다.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답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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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미신을 믿는 60대에게 물었다. 60대 여성 B씨는 “내 복이 그 사람한테 가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게 좋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나도 자식 결혼 앞두고 다른 결혼식, 장례식 안 갔어요. 제사도 안 지냈어요. 갔다가 나중에 내 자식에게 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라고 말했다.
정말 내 좋은 기운 혹은 복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는 걸까?
사주상담가로 활동 중인 이규호 씨는 “이 속설은 사주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속설에 상관없이 결혼식에 가도 되요”라며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것 중에 학문적 근거 없는 것이 의외로 많아요”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들어봐야 했다. 어른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니까. 무속인 전영주 씨는 이 속설이 ‘조심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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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궁금해졌다. ‘실제로 경조사에 참석했다가, 문제가 된 사람을 보신 적 있나요?’라고 섬뜩한 질문을 던졌다. 전씨는 “당연하죠”라고 답했다. 그는 “가는 장소와 자신의 기운이 맞지 않으면 아플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무속인다운 답변이었다.
다만 전씨와 이씨 모두 ‘미신’과 ‘속설’ 대부분 근거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라는 것. 하지만 전씨는 “선조들이 경험을 통해 구전된 이야기인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씨는 시대 상황에 맞게 ‘미신’과 ‘속설’이 조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실에 맞게 상황에 따라 경조사에 가면 돼요”라고 조언했다. 이어 “무속인 입장에서는 안 가는 게 좋다고 하지. 하하”라고 말해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전씨에게 ‘왜 우리는 복(福)을 신경 쓸까요?’라고 물었다. 전씨는 “‘복’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행복이잖아요. 행복은 좋은 거잖아요”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