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100배즐기기]② 눈과 꽃의 향연 '눈꽃 트레킹' vs '빙벽 등반'

강경록 기자I 2018.01.06 00:00:02

한국관광공사, 1월 추천 가볼만한 곳
글·사진= 서영진 여행 작가

강원도 추천 구곡폭포 빙벽등반(사진=춘천시청)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겨울 강원도는 눈과 얼음의 향연장이다. 정중동의 체험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동계올림픽의 주 무대 평창에서는 고요한 선재길 눈꽃 트레킹이 눈부시다. 춘천 구곡폭포는 아슬아슬한 빙벽 등반으로 짜릿함을 더한다.

선재길 트레킹


◇설국으로 변한 치유의 숲을 걷다

오대산 선재길은 사색과 치유의 숲길이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이 길에는 눈꽃 트레킹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계곡 따라 이어지는 선재길은 흙, 돌, 나무, 물을 밟으며 걷는 길이다. 겨울이면 눈이 고요함을 더한다. 상원사를 잇는 도로가 생기기 전, 선재길은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는 길이었다. 오대산 화전민이 나무를 베어다 팔던 삶과 애환의 길이기도 했다.

가을에 붉은 단풍이 수려한 계곡은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신한다. 선재길은 약 9km로 겨울에는 세 시간 남짓 부지런히 걸어야 닿는다. 오르는 길이 잘 닦였고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여유롭게 산행에 나설 수 있다. ‘선재’는 화엄경에 나오는 동자의 이름으로, 지혜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젊은 구도자가 걸은 길의 의미가 담겼다.

월정사 경내 풍경


선재길 눈꽃 트레킹의 출발점은 월정사다. 오대산에 눈이 쌓이면 천년 고찰 월정사의 문을 두드린다.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 숲은 초록과 흰색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숲에는 최고 수령 300년 된 전나무 1700여 그루가 계곡과 나란히 길목을 채운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한 뒤 연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3년 창건된 월정사는 팔각구층석탑(국보 48-1호)과 전통찻집에서 내는 차 한잔의 여유까지 곁들여져 겨울 향이 따사롭다.

월정사를 나서며 본격적인 선재길 산행이 시작된다. 지장암, 지장폭포, 회사거리 등은 월정사 권역에서 만나는 볼거리다. 회사거리는 일제강점기에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는 회사(제재소)가 있던 터로, 화전민이 이곳에 모여 살았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선재길은 섶다리, 오대산장(야영장), 동피골,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선재길 따라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있다. 새소리와 얼음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동행이 된다.

선재길 섶다리


세 시간 남짓한 트레킹은 상원사를 만나 마무리된다. 월정사의 말사로 문수보살을 모신 상원사는 고즈넉함이 더하다. 이곳에서 오대산 정상 비로봉까지 발걸음을 재촉할 수도 있고, 초입의 찻집에 앉아 지나온 길을 더듬으며 사색에 잠겨도 좋다. 선재길 겨울 산행 때는 등산화 착용이 필수다. 상원사에서 진부로 가는 막차는 오후 5시 20분. 4시가 지나면 상원사가 어둑해지는 점을 감안해 출발 시각을 조절한다.

오대산 초입에 산채정식 등을 내놓는 식당가가 새롭게 조성됐다. 허기를 채우고 내려서면 오대산 산행의 나들목인 진부다. 진부전통시장은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한 유서 깊은 곳으로, 끝자리 3·8일에 오일장이 선다. 오대산에서 나는 약초, 할머니들이 내놓는 청국장, 주문진에서 넘어온 수산물이 모여 구수한 풍경을 연출한다. 오대천 둔치에서는 2018년 2월 25일까지 평창송어축제가 열린다. 얼음낚시, 스노래프팅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

구곡폭포 산책로


◇얼음 왕국으로 변한 ‘구곡폭포’

춘천 구곡폭포는 아찔한 빙벽으로 겨울 손님을 맞는다. 봉화산 자락을 아홉 굽이 지나쳐 쏟아지던 폭포수는 겨울에 얼음 왕국으로 변신한다. 높이 약 50m 빙폭이 대형 고드름과 어우러지며 얼음 세상을 만든다.

구곡폭포 고드름


얼음이 꽁꽁 얼면 빙벽 전문 산악회의 안전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다. 폭포에 로프가 걸리며 스파이더맨이 된 듯 빙벽에 몸을 의지해 등정에 도전한다. 주말이면 동호인 2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천연 폭포가 선물한 빙벽은 눈부신 자태가 도드라진다. 빙벽 등반 때 발로 얼음을 찍는 키킹 같은 동작에서는 일반 산악 등반과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빙벽은 완전 결빙 상태를 확인하고 올라야 하며, 헬멧과 빙벽화, 안전벨트 등 보조 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수직 빙벽에 오르기 전, 경사진 얼음 위에서 걷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낙빙은 빙벽 등반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사항으로, 입구 매표소에서 안전 책임에 관한 서약서를 받는다.

일반 나들이객은 폭포를 지켜보기만 해도 짜릿함이 전이된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얼음 절벽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구곡폭포 앞 계단을 올라설수록 탄성이 쏟아진다. 전망대 넘어 폭포 아래까지 다가서는 것은 안전을 위해 제한된다.

구곡폭포 등반(사진=춘천시청)


매표소에서 구곡폭포까지 20여 분간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폭포 가는 길에 ‘끼, 꾀, 깡’ 등 9개 단어를 테마로 한 이정표가 있어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구곡폭포 탐방 뒤에는 인근 문배마을을 거쳐 검봉산, 봉화산 산행에 나설 수도 있다.

춘천의 흥미진진한 체험 여행 중에 토이로봇관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애니메이션박물관 옆 새롭게 단장한 토이로봇관은 상상 속 로봇을 현실에서 조우한다. 로봇 권투, 로봇 아바타, 로봇 댄스 체험 등이 방학을 맞은 꼬마들에게 인기다. 자매 시설인 애니메이션박물관은 1월 2일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첨단 현대에서 과거로 달리면 김유정문학촌을 만난다. 김유정생가와 이야기집은 추억 나들이를 돕는다. 〈봄봄〉 〈동백꽃〉 등 소설 속 장면을 재현한 동상을 구경하고, 김유정의 고향인 신동면 증리(실레마을)에 조성된 실레이야기길을 둘러보며 작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진부전통시장→월정사 전나무 숲→월정사→선재길→상원사→평창송어축제, 구곡폭포→토이로봇관→김유정문학촌

△1박 2일 여행 코스= 진부전통시장→월정사 전나무 숲→월정사→선재길→상원사→슥박→ 평창송어축제→구곡폭포→김유정문학촌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진부 IC→진부읍→국도6호선, 서울양양고속도로 강촌 IC→지방도403호선→강촌역

△주변 볼거리= 의야지바람마을, 평창무이예술관, 알펜시아리조트, 춘천낭만시장,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강촌레일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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