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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바다다. 그것도 깊다. 선도가 살아 있는 퍼런빛을 다채롭게 품었다. 깊고 푸름을 한눈에 간파할 수 있는 건 화면에 들어찬 파도의 유려한 굴곡 덕분이다. 손을 내밀면 감길 듯하다. 그런데 이 바다, ‘판화’다.
작가 이서미(45)는 독특한 판화작업을 한다. 잉크를 발라 찍어내는 건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색은 춤추고 붓자국이 넘실거린다. 회화에 바탕을 두면서도 입체적 조형방식을 끌어온 작업 덕이다. 복수로 제작할 수 있는 판화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 한 장만 찍어내는 모노타이프기법을 쓰기도 한다.
‘심연의 시간’(2016)은 휴대폰을 보호하려고 자주 쓰는 펫필름에 동판 에칭잉크를 발라 찍어냈다. 고래 뱃속에 들어가 바다 안을 구경하는 아이의 판타지가 ‘속 깊은 그림’이 됐다. ·
내달 26일까지 경기 안양시 만안구 만안로 롯데갤러리 안양점서 여는 개인전 ‘마이 원더풀 드림’에서 볼 수 있다. 펫필름에 에칭잉크. 44×44㎝. 작가 소장. 롯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