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 민사 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이맹희·건희 상속재산 소송 항소심 5차 공판에서 이맹희(원고) 씨측 대리인은 “원고가 가족간의 대화합 등을 위해 합리적인 선에서 화해조정에 관한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그동안 지속해서 삼성가 장손으로의 권리를 주장했지만 항소심 막바지에 이르면서 심경의 변화를 보인 것.
이같은 변화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맹희 씨가 고령(82세)인데다가 최근 암이 재발하는 등 건강이 악화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아울러 장남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구속과 투병생활도 이맹희 씨에게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맹희 씨의 화해조정 제안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아직까지는 이맹희 씨의 화해조정 제안을 이건희 회장이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윤재윤 이건희 회장 측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이번 재판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대회장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경영권·재산상속 등에 대한 유지의 진실이 무엇이냐는 진실을 가리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맹희 씨측에서 화해조정을 신청함에 따라 의뢰인인 이건희 회장에게 의견은 묻겠지만 수용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더욱이 이맹희 씨측의 제안이 화해조정이라는 점도 이건희 회장이 전격적으로 화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항소심에서 이맹희 씨측이 청구한 금액은 1491억원. 이맹희 씨가 말한 합리적인 선에서 화해를 하고 싶다는 뜻은 결국 청구금액 중 만족할만한 수준의 금전적 합의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맹희 씨가 가족간의 대화합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운 점을 고려할 때 종국에는 화해조정이 아닌 소송취하까지 갈 가능성도 높다. 이번 화해조정 제안이 삼성가 상속소송의 극적 화해를 이루기 위한 전 단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이맹희 씨의 제안을 받아들일 여지가 큰 것으로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말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이 귀국 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내달 14일 열릴 예정인 항소심 결심공판 때까지는 화해조정 제안에 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재판부는 화해조정과는 별도로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윤 부장판사는 “내달 14일 개최할 결심공판까지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양측이 화해 의사가 있다면 비공개로 화해조정기일을 정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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