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신한금융투자가 내놓은 베이직하우스 분석보고서다. 이 증권사는 실적전망 조정과 함께 목표주가를 기존 2만1000원에서 33% 내린 1만4000원으로 수정했다.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한 이유는 단돈 `30원` 때문이다. 이 증권사의 투자등급 제시기준은 보고서 작성일 기준주가보다 목표주가가 15% 초과할 경우 `매수`, 그 이하일 경우 사실상 중립의견인 `트레이딩 BUY`를 제시한다.
경계선인 15%(1만3970원)를 가까스로 넘긴 15.2%(1만4000원)를 목표주가로 제시하면서, 투자자에게 주식을 사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한 셈이다.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의 보고서도 비슷하다. 목표주가를 2만4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내리고, 실적전망도 낮췄다. 이 증권사는 4월 말에도 목표주가를 2만8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내렸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목표주가를 수정하면서도 투자자에게 한결같이 매수를 추천한 것이다.
이처럼 억지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매수` 추천을 투자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적 전망치는 연간 주당순이익(EPS) 등을 내놓는데, 기존에 예상했던 실적보다 부진할 것으로 생각하면 전망치를 낮춘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존 전망이 틀렸기 때문에 수정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정작 투자의견은 꿋꿋하게 `매수`(BUY)를 유지하는 행위는 `주가도 실적도 생각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주식을 사라`는 얘기다.
이때 증권사들이 거론하는 용어는 벨류에이션 매력이다. 애널리스트가 보기에 기업의 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고 판단할 때 자주 등장한다.
밸류에이션 매력을 설명하기 위해 주가수익비율(PER) 등 각종 지표가 동원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만큼 엄밀히 말해 `가설`이다. 한마디로 `싸 보인다`는 것이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위기로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증권가에 `가설`이 난무하고 있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DataGuide)에 의뢰해 국내증권사의 리포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달 2일부터 25일까지 코스피 241개, 코스닥 235개 등 총 476개 종목에 대해 3227개 리포트가 발표됐다.
이 가운데 목표주가를 내린 리포트는 324개이며, 실적전망치(IFRS 별도기준 연간 EPS)를 낮춘 리포트는 305개였다. 반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것은 14개에 불과했다. 주가와 실적 전망 수정이 투자의견에 반영된 것이 100개당 4개(4.3%)에 불과한 셈이다.
같은기간 목표주가를 올린 리포트(190개)대비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리포트(29개)의 비율은 15.3%를 기록, 대조를 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목표주가나 실적전망과의 괴리도가 심해지면서 투자의견이 갈수록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