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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진짜 보수` 외치는 릭 샌토럼

양미영 기자I 2012.03.08 10:10:00

보수성향 내세워 돌풍..롬니에 비해 서민적
짙은 보수색채가 약점될 수도..내실 채우기도 관건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8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요즘 대선 후보 경쟁이 불붙은 미국 공화당에서는 진짜와 가짜 보수 논란이 한창이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중도우파, 온건보수 성향이 강해 `짝퉁 보수`로 낙인 찍힌 반면, 릭 샌토럼 펜실베이니아 전 상원의원은 자신을 `진짜 보수`라며 추켜세우고 있다.

▲ 릭 샌토럼
흑갈색의 머리 빛에 하얀 얼굴, 말끔한 외모의 샌토럼은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롬니와의 박빙 승부 끝에 몇 표 차의 승리를 거두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최근에는 중서부 지역인 콜로라도와 미네소타, 미주리주에서 모두 승리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두터운 보수층을 대변하는 공화당 대선후보론 샌토럼이 더 어울린다는 말이 내부적으론 심심찮게 나온다. 변호사 출신의 샌토럼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낙태와 동성애, 불법이민,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고 대표적인 보수 채널인 폭스뉴스에서 해설을 한 경력도 있다. 또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뒀을 정도로 가족의 가치 중시하는 점도 그를 돋보이게 한다.

지난 1월 샌토럼은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세 살배기 막내딸 이사벨라가 입원하자 선거유세를 중단하고 집으로 향하기도 했다. 이사벨라는 18번 염색체가 3개 존재하는
▲ 릭 샌토럼과 그의 가족
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생존율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샌토럼은 생명의 가치를 언급할 때면 막내딸 얘기를 했고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는 표심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샌토럼의 성장기도 역시 롬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민적이었다. 광부 출신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 어렸을 적부터 학교는 결석해도 교회에 빠져선 안 될 정도로 종교 생활에 성실했다. 그는 반듯한 정치인으로도 정평이 났는데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7선 경력의 민주당 현역 의원을 꺾고 하원의원에 당선됐을 당시에도 중견의원들의 부도덕한 관행을 지적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에도 약점이 있다. 바로 그를 주목받게 하는 짙은 보수 색채다. 이는 중도파를 끌어안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샌토럼은 동성애를 반대한 탓에 동성애자들의 가장 강력한 `안티` 대상이다. 게다가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주장에 "토할 뻔 했다"는 상스러운 표현을 쓰는 등 말실수를 자주 범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인 경제 문제보다 종교나 낙태 문제에 적극적인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는 롬니를 비롯한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낮고 후한 법인세율과 개인소득 과세율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호감도는 높지만 그에 상응하는 내실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남은 경선에서 샌토럼이 안고 있는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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