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16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친 노무현 세력이 부활하고 있다. 4·11 총선을 전후해 여야를 통틀어 최대 정치 세력으로 부활할 조짐이다.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의 굴욕적인 패배와 2008년 18대 총선 참패의 여파로 폐족(廢族)으로 불렸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변화다.
친노의 약진은 흔히 괄목상대로 표현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친노라고 표현된 우리는 폐족입니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과 같은 처지”라고 비통해했던 것은 말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는 친노의 부활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친노 세력의 맏언니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초대 당대표에 올랐다. 유명 배우 출신으로 ‘바보 노무현’의 기원이었던 문성근 최고위원은 정치 신인에서 제1야당의 지도부 일원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또 부산 북·강서 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도로 열린우리당’의 우려 속에서 친노 인사 두 명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면서 친노가 민주통합당의 주류로 확실히 올라섰다. 차기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 친노를 대표하는 유력 차기 주자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도 자명하다.
역설적이지만 친노의 부활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출발점은 노 전 대통령의 귀향이었다. 퇴임 이후 고향인 김해 봉하 마을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은 속된 말로 ‘간지 나는’ 전직 대통령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재임 당시 이념과 지역과 상관없이 극단적인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지만 소박한 이웃집 할아버지의 풍모에 국민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2009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 이후 전국적으로 500만명의 조문 인파가 몰렸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전국민적 비난에서부터 사면복권되며 재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뒤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노무현의 아이들’이 조직적으로 지방 권력을 장악했다. 노무현의 정치적 동업자인 안희정·이광재는 각각 충남지사와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두관 역시 야권의 불모지 경남에서 도백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패배했지만 한 전 총리 역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선거 다음날 아침까지 역전에 재역전을 기록하는 초박빙 승부를 연출했다. 경기지사에는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던 유시민 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나섰다. 과연 노무현의 정치적 후계자인 친노 세력이 없었다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진다. 친노 세력은 과거 386그룹이 집단적으로 제도 정치에 진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총선을 발판삼아 화려한 정치세력화를 준비중이다. 문재인(부산 사상), 문성근(부산 북강서 을), 김경수(경남 김해 을) 후보와 상당수 출마자들이 노무현과 인연 또는 참여정부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총선만이 아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있는 정치인이 됐다. 친노 세력이 총선에서 뛰어난 성적표를 얻을 경우 문재인 대망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형성되는 것이다. 안희정 지사와 이광재 전 지사 역시 차차기 주자군으로 불리며 한국 정치에서 친노 전성시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