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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트위터는 배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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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곤 기자I 2012.02.03 10:20:00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요즘 트위터 사용자들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일 것이다. `아랍의 봄`과 `월가를 점령하라` 등 시민 저항 운동을 확산시킨 주역이자 "표현의 자유를 위한 날개"라고 자처해 온 트위터가 사실상 검열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새 방침에 따라 앞으로 각국 정부가 정치적 이유를 문제로 특정 게시물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하면 그 나라에선 강제로 글을 내려야 한다. 올해에는 전세계 193개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해 무려 59개국에서 중요한 선거가 열리는 시기라 이 같은 결정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트위터가 별안간 표현의 자유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는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혼란과 배신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바뀐 정책을 천천히 살펴보면 트위터가 변절했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트위터는 공식 입장을 통해 "정책 변경은 검열을 위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게시물을 완전히 지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해당 국가에서만 보이지 않을 뿐 다른 곳에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검열과 뭐가 다르냐고 물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명백히 다르다. 온라인 상에서는 정보 흐름이 특정 지역에서 막히더라도 다른 경로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불법 콘텐츠라고 판단된 게시물을 사실상 제한해 왔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 근거해 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게시물은 여러차례 삭제하기도 했다. 저작권법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유연하게 대응해 왔던 것이다.

이번에 바뀌는 정책은 저작권에서 범위를 확대해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DMAC 경우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시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검열을 받는 국가에서만 해당 내용을 숨길 뿐이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을 경우 해당 국가에게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적절하고 유효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인정을 받아 오라"고 요청한 다음에 삭제 유무를 결정하기로 했다. 신중하게 검열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비공개로 전환할 경우 사용자에게 해당 조치 시간과 이유에 대해서도 통지하고 이의 제기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을 경우 임시로 차단하겠지만 손 놓고 나몰라라 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또한 어떠한 게시물이 삭제 요청을 받았는지를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국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감추려고 하는 지를 낱낱이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트위터의 바뀐 정책은 표현의 자유를 오히려 보장하면서도 각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묘안으로 보인다.

트위터같이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표현의 자유를 무시해선 결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각국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면서까지 사업을 확대하기란 쉽지 않다.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와 검열 사이를 융통성 있게 헤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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