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우려했던 외국인 투자자, 바이어들의 이탈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정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KOTRA)는 무역 환경 악화를 우려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침착한 모습을 되찾고 있다.
당초 `김정은 시대`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호전적이라고 알려진데다 북한 내부의 권력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동요하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 해외 바이어들 "김정일 사망 걱정 안한다"
코트라는 김 위원장 사망 직후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해외 언론 및 바이어 동향을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대체로 `한국과의 거래를 끊을 계획이 없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이는 연평도 포격 사태 등을 겪으며 해외 바이어들 또한 남북한의 특수 관계를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용가스 제조업체 스미세이케미칼의 한 관계자는 "연평도 사건때는 일본 본사에서 서면으로 향후 전망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오더가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유선으로 `괜찮냐` 정도의 문의만 있었다"고 소개했다.
미국 섬유업체 스탠다드 텍스타일 관계자는 "남북관계보다 위태로운 파키스탄의 업체와도 거래 중"이라며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국 바이어는 "김 부위원장이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수립할 수는 있지만, 중국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애초부터 크게 염려하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 내심 고민하는 외국기업도 많은듯
다만 남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배경지식이 없는 기업들은 동요하는 흔적이 눈에 띈다. "괜찮다고 대답하는 기업 중 상당수도 내심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스트리아의 자동차부품업체 한곳은 당분간 방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당분간 한국과의 비즈니스, 무역행사 참여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 가브딘 파이프 관계자는 "쉽게 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외국 은행 한곳은 해외 주재원들의 비상 대기를 통보했었고, 일본의 생활용품 업체는 일본 본사로부터 `한국 예비군 동원시 인력 수급 등의 유사시 대응 방안 시나리오`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규모가 커질 수록 북한 사태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면서 "향후 발생되는 사건사고에 따라 기류가 확 바뀔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