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운송업체들로 구성된 한진그룹은 작년에 초호황기를 보냈다. 대한항공, 한진해운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한 것. 이탓에 이번 대책에 대한 직원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작년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임금 등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는데 결국 빼든 카드가 인건비 줄이기"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 대한항공·한진해운, 인건비 줄이기 나서
대한항공은 만 4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 직원(조종사 제외)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지난 18일 공지했다. 접수는 이달 31일까지 진행된다.
또 한진해운은 임원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에 나섰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최은영 회장, 김영민 사장 등 임원 51명이 이달부터 급여의 10%를 반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한진해운의 이같은 행보는 `선제적 대응` 성격이 짙다. 경기 불황으로 고객 물량은 딸리는데 유가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외화부채가 더욱 늘어났기 때문.
사측이 염려하는 더 큰 문제는 부채비율이다. 항공, 해운업체는 항공기, 선박 가격이 만만치 않아 원래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진그룹은 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개선약정 단골 손님이다.
게다가 업황이 악화되면 금융권의 빚 독촉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작년말 기준 대한항공,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각각 409.1%, 261.2%에 달했다. 그룹 관계자는 "높은 부채비율로 금융권의 통제가 심해진다면 항공기 구입 등 공격적 경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직원들 "어려울 때 참아줬는데..또" 불만
사측의 결정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일단 임금에 대한 불만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임금은 4% 내외 인상에 그쳤다. 당시 노조원들 가운데 일부는 "불황기(2008~2009년)에 연봉을 동결하면서 참아줬는데 물가인상률만도 못한 임금이 웬말이냐"고 항의했지만 노조는 사측과 합의했다.
최근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한 직원은 "다른 대책도 많은데 가장 먼저 빼든 것이 구조조정"이라며 "분위기가 이러니 내년 연봉 협상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사측에서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인건비 줄이기가 되레 그룹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이번 조치는 금융권에 `우리도 이처럼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너무 앞서 나갔다. `한진그룹이 그렇게 안 좋나`라고 보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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