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재향군인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김세형 기자I 2011.05.20 10:20:00

중소형 상장사 원재료 구매대행..신규 수익원 발굴
업체는 조달비용 절감, 판로확보 효과..`윈윈` 모델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19일 11시 3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재향군인회가 중소형 상장사 몇 곳과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14년 시작되는 단체 수의계약 폐지를 앞두고 수수료 수입이라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선 것. 해당 상장사 입장에서는 재향군인회를 등에 업고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물론 판로까지 확보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재향군인회와 중소형 상장사 사이의 이같은 윈윈 모델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관심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우경철강 등 4개 상장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뒤 곧이어 발행대금 전부를 재향군인회에 물품 공급에 대한 선급금으로 지급했다. 발행사는 상장사이나 실제 자금은 재향군인회로 들어간 것.

지앤디윈텍(061050)이 지난달 8일 160억원 규모 BW를 발행해 재향군인회에 지급한 것을 필두로 우경철강(025920) 300억원, 글로스텍(012410)큐리어스(045050)가 각각 198억원과 132억원을 BW를 통해 마련하고 똑같이 재향군인회에 지급했다. 하이일드본드에 투자하는 펀드인 크레딧투어제11차 등 크레딧투어 시리즈에서 인수한 것도 같다.

업체의 실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자금 규모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인수자도 눈길을 끈다. 실적을 보자면 큐리어스는 지난해 125억원 매출에 매출과 맞먹는 127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앤디윈텍과 우경철강도 각각 695억원과 392억원 매출에 각각 98억원과 3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글로스텍은 114억원 매출에 순이익은 8억원이나 2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또 통상 중소형 상장사들이 주가연계채권 통로로 활용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100억원 이상을 인수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 4개사는 100억원 이상의 주가연계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우경철강은 현재 시가총액이 250억원대 안팎으로 BW 자금이 더 많고, 글로스텍은 현재 시가총액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더군다나 크레딧투어 시리즈는 연기금과 일부 해외 자금 등으로 조성된 하이일드본드 투자용 펀드로 알려지고 있다. 기관 자금으로 기본적으로 투자 대상은 투자 적격인 BBB-급 이상에 한정돼 있는 데도 투자 부적격인 BB 이상은 받기 힘든 회사들에 대담하게 들어왔다.

재향군인회가 딜의 핵심이다. 재향군인회는 법에 따라 설립된 단체로 국가 보조금과 국가보훈처가 지급하는 보훈성금, 그리고 자체 수익 사업을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매년 2000억원대 매출에 지난 2009년 1020억원, 지난해 139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데다 부실화되더라도 결국은 정부가 보조해 주기 때문에 망할 염려가 없다.

발행 자금 전부가 재향군인회에 들어가 있으므로 사실상 발행 자금 관리는 재향군인회가 하게 된다. 재향군인회는 이 자금으로 업체가 제품 생산에 필요로 하는 원재료와 부품 등을 구입해서 다시 해당업체에 납품하게 된다. 중소형 상장사에서 빈발해온 횡령이나 배임 등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결국 크레딧투어는 재향군인회와 회사의 사업성을 보고 투자에 들어온 셈이다.

그렇다면 업체의 사업성은 어떻게 담보됐을까. 해당 업체가 확실한 매출처를 갖고 있었고 좀 더 자금이 들어간다면 구매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실적이 개선되리라는 기대다. 해당 업체의 실적 개선을 위해 재향군인회가 직접 업체의 제품을 팔아주기로 한 곳도 있다.

우경철강은 현대제철로부터 열연 제품을 공급받아 이를 현대차와 조선업체에 공급해 왔다. 큐리어스는 그간 성균관대와 함께 개발해온 플라즈마 코팅기술을 활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품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미 몇 곳의 매출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앤디윈텍에 대해서는 재향군인회가 전기차 아이플러그의 부품을 조달해 주는 한편으로 판매대행까지 맡았다. 재향군인회는 자체적으로 골프장 등 전기차를 소화할 수 있는 곳도 있어 판매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당 업체 한 관계자는 "이전 신용도와 자금력으로 5만큼의 원재료를 조달할 수 있었다면 재향군인회가 나서면서 그의 몇 배 이상의 원재료를 대량구매할 수 있게 된다"며 "재향군인회로서는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좋고 회사는 부족한 자금력을 확충해 영업을 보다 활발히 할 수 있는 상호 윈윈 구조"라고 말했다.

재향군인회가 이같은 사업에 나선 것은 국가계약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2014년부터 단체 수의계약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 2016년에 가서는 완전히 폐지되기 때문이다. 단체 수의계약은 국가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 용역과 제품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다.

연간 1200억원 가량의 수의계약을 맺어온 재향군인회로서는 당장 발등의 불이 아닐수 없다. 이에 그간 수의계약을 통해 쌓아온 물품 조달 능력을 활용해 중소형 상장사의 구매대행 사업에 나선 것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이미 지난달부터 재향군인회가 물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재향군인회의 효과는 당장 2분기부터 나타나게 된다. 윈윈 모델의 성과가 관심이다. 한편 4개 회사의 BW 발행은 KTB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전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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