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권료는 상업적 행사에 국한" ↔ "SBS는 국민 권리 생각해야"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이남기 SBS 부사장은 "KBS, MBC와의 협상이 결렬됐다"며 단독중계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SBS 관계자들은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FIFA의 요구사항"이라며 전시권료에 대해서도 언급, 눈길을 끌었다.
SBS 자회사인 SBS플러스에 따르면 사업자가 광장, 호텔, 극장 등에서 상업 목적으로 월드컵 경기를 방영할 경우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상한액)까지 전시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길거리 응원 `메카`인 서울광장 등 공공장소에서의 응원이 제한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SBS는 당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별도 입장료를 받거나 스폰서를 유치하는 상업적 성격의 이벤트가 아니면 공공장소에서도 무상 시청 가능하다"며 "대다수 비상업적 행사에 대해서는 `공공 전시료(=전시권료)`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안내를 위해 관련사업장 282곳에 보냈던 공문의 취지가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측면이 있다"며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자 추가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성토는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박지현씨는 27일 SBS 홈페이지 게시판에 `정신줄 놓으신 SBS`란 제목의 글을 올려 "광고수입으로 모자라 길거리 응원전에도 돈을 내란 것이냐"며 "단독중계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독점계약으로 묶어, 그것을 빙자해 여기저기 손을 벌린다"고 비판했다.
홍성두씨 역시 "독점중계까진 별 신경 안 썼는데, 이제 길거리 응원 문화까지 축소시키려 한다"며 "국민들 축제에 찬물 끼얹지 말아달라"고 일침을 가했고 박상준씨는 "돈독 올라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마저 무시한다"며 "국민 원성을 듣지 못하는 조선시대 폭군 같다"고 꼬집었다.
포털사이트 다음뷰(v.daum.net)에선 한 네티즌이 `SBS의 단독중계가 우려되는 이유`란 장문의 글을 올려 조회수 1만4000여건에 추천수 200건을 넘어서는 호응을 얻었다.
◇ "단독중계 결과보다 과정이 문제" vs "상업적이란 이미지 때문"
25일 기자회견 직후 `SBS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하겠다"(종합)`
"국민을 버리고 광고료를 택한 SBS, 안 보기 운동만이 방법"이라고 주장한 이 댓글은 조회수 6600여건에 공감 103건, 비공감 48건을 기록했다. 갑론을박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단독중계 `결과` 자체보다도 SBS가 그간 보인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공감한 네티즌이 적지 않았다.
ID zzan****는 "방송이 영리를 추구할 수는 있으나 그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며 "웃돈 얹어서 단독중계를 따오느라 외화낭비를 하고, 이제 와서 식당 같은 곳에서 공짜로 경기 보여주지 말라는 게 방송사가 할 짓이냐"고 주장했다.
ID satu****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SBS를 욕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SBS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행동을 하는 것과, 그에 비해 (중계방송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시권료 논란과 관련, SBS가 해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 시선이 곱지 않은 까닭엔 이러한 대중심리가 내포돼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 네티즌은 "모 방송사의 경우도 지난 2001년 박찬호 선수 관련 MLB 독점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지출한 선례가 있다"며 "SBS 해설위원이나 채널이미지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찬반이 엇갈릴 뿐이지, (이번 독점논란도) 꼭 어느 한쪽만 탓할 수는 없는 문제다. 게다가 전시권료는 FIFA가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SBS 관계자는 "민영방송으로서 상업적 이익을 중시한다는 이미지가 강해 더 밉보이는 듯싶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월드컵이 즐겁지 않은 `개인의 취향`도 존중해야"
일각에서는 SBS 단독중계 자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티스토리닷컴(www.tistory.com)에 개인 블로그를 운영 중인 한 네티즌은 "SBS가 하든 타방송사가 하든 단독중계 자체에 찬성한다"며 "오히려 SBS 경영진의 세계화된 마케팅 전략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매번 스포츠 빅 이벤트 때마다 지상파 3사에서 방송해주는 대로 선택의 여지없이 봐왔다"며 "3사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방송해주는 것과 한 방송 단독에 다른 방송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송해주는 것, 과연 어느 것이 국민의 볼 권리를 방해하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국민이, 같은 시간대에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볼 권리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 경우 3사 공동중계 찬성측이 논거로 제기하는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해석 논란으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그런가하면 SBS의 입장 자체를 옹호하고 나선 의견도 있었다.
블로그 전문사이트 이글루스(www.egloos.com)의 한 네티즌은 "SBS 단독중계를 조건부로 찬성한다"며 "KBS와 MBC도 코리아 풀(Korea Pool)이 생긴 이후 여러 번 그 룰을 깨고 축구 단독중계를 해왔다. SBS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 "공영방송 역할도 필요"
전문가들 의견도 미세하게 엇갈리고 있다. 직접적인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진 않더라도, 관점에 따라 주안점을 달리 뒀다. 다만 공영방송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강조하는 분위기다.
전용배 동명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 일간지에 기고한 시론에서 "지상파 3사가 동시에 같은 경기를 방송하는 전파낭비에는 반대하지만 교차중계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아무리 국민적 관심사가 큰 스포츠 이벤트더라도 `우민정치`시대도 아니고,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도 "SBS만의 단독중계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공영방송 주도 아래 3사가 서로 나눠 중계하는 모양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SBS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중계 때처럼 재전송 대가를 별도로 요구할 경우, 이는 소비자에 대한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으므로 `보편적 시청권` 개념과 배치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강상현 연세대 신방과 교수(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사인 스포츠의 경우 일반 국민들이 불편 없이 시청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엔 공영방송이 있으므로 (이를 통해) 최대한 일부 국민이 소외되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SBS가 독점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코리아 풀을 위반하는 등 페어플레이를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며 "더 나은 대외적 협상 조건으로 (중계권을) 가져올 필요도 있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