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기자] KT와 KTF의 합병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남중수 KT 사장도 이달초 "KTF를 비롯해 KT 그룹 내부의 저력을 하나로 합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KT와 KTF의 합병을 기정사실화했다.
KT가 보유하고 있는 KTF 지분율은 52.5%에 달해 합병추진에 문제는 없다. 정부 역시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승인에서 보여준 것처럼 통신산업의 구도개편를 통한 결합서비스 활성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따라서 KT(030200)와 KTF(032390)의 합병 이슈에서 남은 문제는 '언제' 합병하느냐로 모아진다. 이는 특히 KT의 주주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관전포인트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유는 이렇다. KT와 KTF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두 회사 모두에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합병의 수혜는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합병과정에서의 교환가치는 당시의 주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KTF의 주가가 상대적 낮은 상태에서 KT와의 합병이 결정될 경우 KT 주주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으로 보다 많은 KTF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심준보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 시기에 따라 KTF 수혜의 미래가치를 어떤 비율로 KT와 KTF 주주들이 나누게 될 것인가가 결정될 수 있다"며 "고 말했다.
그렇다면 KTF의 주가 전망은 어떨까? KTF의 경우 그동안 '3세대 올인' 전략에 따라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였다. 그만큼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3G폰의 가격도 더 내려가고 있다.
심 애널리스트는 "3세대로 접어든 만큼 KTF의 향후 전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KT와 합병할 경우 결합상품이 활발하게 출시되면 KT 보다는 KTF의 수혜가 더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 전망이 맞다면 KTF의 주식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KTF의 주주들은 이 미래가치를 '주가'를 통해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KT와의 합병이 서둘러 결정된다면 KTF 주주들이 누려야할 KTF의 미래가치는 KT의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꼴이 된다. 특히나 두 회사간의 합병으로 이미 유선시장의 강자인 KT보다는 상대적인 이동통신 후발주자인 KTF의 수혜가 높다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합병결정이 빨라질수록 KT의 주주들이, 늦어질수록 KTF 주주들이 더 유리함 구조다.
심 애널리스트는 "KTF 주주와 KT 주주들의 교환가치 결정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라며 "시너지 효과를 논외로 한다면 결국 두 회사의 주주들은 합병시기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T와 KTF의 합병의 결정권은 KT가 가지고 있다.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칼자루를 KT가 쥐고 있는 셈이다. 이미 합병을 기정사실화한 KT는 과연 '시간'을 누구편으로 돌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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