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극도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펼쳐온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국내 LCD 업체들은 대만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대만 AUO 9월 출하량 삼성전자·LG필립스 모두 제쳐
지난 9월 LCD 패널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점유율 19.4%)와 LPL(19.3%)이 대만의 AO옵트로닉스(AUO)에게 추월당했다. AUO의 점유율은 21.9%.
특히 매출기준으로도 AUO의 9월 점유율은 20.7%를 기록, LPL(19.8%)를 제치고 삼성전자(22.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8월엔 LPL(21.4%)이 삼성전자(23.0%)에 이어 2위를, AOU(18.2)가 3위였다.(표참조)
AUO는 대만 LCD업계의 1위 업체로, 지난해 QDI를 인수하면서 외형을 크게 늘리고 있다. 두 회사는 라인과 공정이 달라 초기엔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갔지만, 지금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국내 LCD 업계의 한 관계자는 "AUO가 9월중 재고를 대거 정리하면서 점유율이 급상승한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대만에는 AUO 이외에도 치메이옵트로닉스(CMO), 칭화픽처튜브(CPT), 한스타(HannStar), 이노룩스(Innolux) 등의 중소 패널업체들이 LCD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 규모가 가장 큰 AUO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LPL을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물론 아직은 기술개발 수준이나 고객구조 등에서 한국 업체들이 대만업체를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대만업체들은 모니터나 노트북 등 소형의 IT용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하지만 삼성전자나 LPL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TV용 LCD 패널을 주로 만드는 차이도 있다.
또 출하량은 10인치 이상이면, 10인치나 50인치나 1대로 잡기 때문에, 출하량이 아닌 LCD 패널을 면적으로 기준으로 삼을 경우엔 여전히 한국 메이커들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삼성電·LPL, 공급량 늘려 대만업체 견제할지 주목
그러나 한국업체들이 대만업체의 외형확대를 마냥 수수방관할 처지도 아니다. 시장점유율이 단순히 순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위 업체들에겐 '자존심'으로 여겨질 정도로, LCD산업 내부에선 수익성 못지 않게 외형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005930)는 물론이고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LG필립스LCD(034220) 등 국내 업체들이 극도로 수익성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에, AOU는 수익을 내면서 외형도 늘리며 큰 재미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LCD 패널시장의 경우 물량이 과다하게 공급돼 가격이 급락할 때는 물량을 많이 내는 업체가 큰 손해를 보지만, 지금 처럼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선 공급을 늘리는 쪽이 이익을 많이 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어느정도 외형을 갖춰가며 대만업체를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삼성전자가 50인치대 패널을 생산하는 8세대 라인에서 수요가 타이트한 32인치 패널을 공급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화증권의 임승범 애널리스트는 "대만 AUO가 출하량은 물론이고 매출측면에서도 LPL을 앞서기 시작한 것은 한국 패널업체에겐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LCD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대만업체들은 캐파(Capacity ) 측면에서 한국을 많이 따라왔기 때문에, 9월 실적결과는 어느정도 예상이 됐다"면서 "우리로선 수익성과 마켓쉐어 둘 다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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