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215600)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항암제 ‘BAL0891’과 글로벌 제약사 비원메디슨(구 베이진)의 면역관문억제제(anti PD-1) 티슬렐리주맙(Tislelizumab)을 병용하는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병용임상 계획은 미국 큐리에이터(Qureator)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활용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FDA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 사례다. 큐리에이터 오가노이드 플랫폼 ‘브이타임(vTIME)’은 AI 기술인 큐리코어를 적용, 인간 혈관 구조와 면역세포 반응을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한 3차원(3D) 종양 오가노이드 기술이다.
BAL0891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전임상 연구에서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베이지안 통계 기법을 적용, BAL0891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투여 시 ‘결정적(decisive)’ 수준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FDA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전임상 연구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며 오가노이드 활용법을 최초로 승인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해외에서도 관련 소식이 보도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미국 바이오 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은 신라젠의 오가노이드 활용 임상시험 세계 최초 FDA 승인 소식을 다뤘다. 동물실험에 의존하지 않는, 오가노이드 신약개발 효능 평가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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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0% 고성장 시장...신라젠 철저한 준비, 美 큐리에이터 선택한 이유
리서치앤드마켓 등 다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은 2024년 12억8000만 달러(1조8312억원)에서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오는 2029년 42억2000만 달러(6조375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FDA가 신라젠 임상 계획을 승인하면서 오가노이드 시장 확대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라젠의 오가노이드 기반 임상 계획이 FDA로부터 승인받은 것과 관련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오가노이드 시대가 오고 있다고 놀라워했다”며 “신라젠 병용임상에 대한 FDA 승인은 신약개발 임상 연구 트렌드 변화를 앞당기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라젠은 FDA가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를 발표하기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실험 대신 오가노이드, AI 등을 활용한 전임상 연구가 신약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특히 유럽의약품청(EMA)에 이어 FDA가 동물실험 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오가노이드 전임상 적용이 급물살을 탔고, AI 솔루션과 다양한 비교 실험 끝에 오가노이드 방식의 연구를 최종 선택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신약개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AI와 오가노이드 등 다양한 기술로 테스트했다. 그 결과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신뢰성 있는 데이터 추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신라젠은 2023년 BAL0891 임상 시작 전부터 글로벌 임상연구기관 교수 및 국내 최상위 연구진들을 통해 오가노이드 혁신성 및 기술을 접하면서 보다 빨리 오가노이드 기술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큐리에이터는 전누리 서울대 교수가 미국 창업한 기업으로, 전 교수는 인체조직칩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지난 30년 동안 장기칩(Organ on a chip) 설계·제작과 다양한 조직 모델 연구를 수행해 왔다”며 “장기칩 연구를 선도하며 ‘네이처 메소스(Nature Methods)’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등에 약 250건의 국제 학술논문도 발표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23년 바이오 USA 현장에서 인연을 맺었고, 오가노이드 기술력이 그 어떤 기업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 항암제 개발에 큐리에이터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큐리에이터는 한국인이 창업했지만,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출신 핵심 팀원 등 글로벌 인력으로 구성된 미국 기업이다. FDA 및 EMA 등의 규제 대응 및 트렌드에 매우 정통해 현재 다양한 기업들과 오가노이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韓 오가노이드 기업, 글로벌 수준 못 미쳐...경험부족+정보력 스킬 키워야
국내에도 오가노이드 관련 분야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오가노이드 기술 개발이나 관련 사업에 신속하게 뛰어들고, 관련 기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장한 기업(오가노이드사이언스(476040))을 보유한 곳도 한국이다. 해당 기업들은 FDA 동물실험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발표됐을 때 주가가 크게 오를 만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신라젠이 오가노이드 기업과 협업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은 선택지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임상이라는 점과 규제기관에 대한 정보력 등이 고려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오가노이드 관련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 빠르게 뛰어들었지만, 아직 기술력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오가노이드 기업들의 문제는 국내 CRO(임상시험수탁기관)가 갖고 있는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FDA나 EMA 같은 해외 규제기관에 대한 정보력이 부재하고 경험도 부족하다. 해외 임상 기관들과의 소통도 여의치 않다는 단점도 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해외 네트워킹과 정보력 부분에서 능통한 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기술력도 아직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오가노이드 기술 개발 시작을 빨리했을 수도 있지만, 개발 속도 면에서 뒤처진다. 미국 기업들의 개발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국내 AI 기업들이 특화된 IT 및 데이터 수집 환경을 토대로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축적하는 것처럼 미국 내 기업들은 임상 자료 확보, 신약개발 트렌드 접목 등 국내 오가노이드 기업들이 쉽게 확보할 수 없는 자료와 트렌드를 습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부분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