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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치매’로 시작된 뉴로핏, 中·日서 터졌다

김승권 기자I 2024.11.14 07:30:50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당사는 필립스가 주최한 전 세계 유망 AI 스타트업(19곳)에 선발됐고 로슈그룹의 진단사업부인 로슈진단의 지원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중국, 일본에서 계약 논의가 활발하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최근 일본과 중국에서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업 시작 계기, 할머니의 치매

빈준길 대표의 사업 아이디어는 ‘할머니의 치매’로부터 시작됐다. 치매 판정 이후 부모님이 할머니 건강을 위해 귀농을 선택하면서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그는 이후 할머니 치매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찾아 부단히 공부를 시작했다. 그 때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뇌 전기자극 치료를 연구하는 김동현 연구원을 만나 2015년 GIST 바이오컴퓨팅연구실에서 팀을 결성했고 이듬해 뉴로핏을 공동으로 창업했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 (사진=뉴로핏)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뇌 영상을 분석한 다음 뇌 전기자극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수치로 측정하는 기술이다. 뇌 영역을 구분하고 표면 모델링, 전극 모델링, 볼륨 모델링, 자극효과 시뮬레이션 등 다수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스템이 완성됐다. 이런 기술을 통해 약 500억원에 달하는 투자도 유치했고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도 통과했다. 상장 예상 시점은 2025년이다.

빈 대표는 “치매의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뇌 질환은 해당 영역의 신경퇴화로 위축 소견을 보인다. 이를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수치화된 부피 정보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구조정보가 중요하다”며 “인공지능 기반 뇌 구조측정 기술은 4000여개의 뇌 구조정보 작업을 바탕으로 하며, 1분 이내에 107개의 뇌 구조정보를 수치화해 의사의 진단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로핏, 일본·중국 대형 계약 체결로 글로벌 확장 가속화

빈준길 대표는 이 제품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 및 의료기기 기업과 지속적으로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제조사인 ‘라도 테크놀로지’와 체결한 독점 판매 계약과 합작 법인 설립은 중국 시장 진출의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뉴로핏은 중국 시장에서의 필수 인허가를 보다 효율적으로 취득, 중국 내 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보급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일본 1위 원격판독 회사와도 계약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로핏의 일본 진출은 오래전 이뤄졌다. 뉴로핏은 2022년 일본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전문 유통 기업 크레아보와 뉴로핏 아쿠아의 일본 현지 판매를 위한 독점적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크레아보는 일본 5대 종합 상사 중 하나인 마루베니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다.

빈 대표는 “급변하는 중국의 의료기기 인허가 시스템에 맞춰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라도가 보유한 중국 내 네트워크를 통해 뉴로핏의 첨단 기술이 널리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로핏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중국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알츠하이머병 관련 기술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주요 제품과 연구 인력 현황은

뉴로핏은 알츠하이머병 진단과 치료 보조를 목표로 AI 기반 뇌 영상 분석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빈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료는 전 세계적 과제”라며, 뉴로핏이 보유한 뇌 영상 분석 기술이 이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로핏의 대표 제품 ‘뉴로핏 스케일 펫’은 PET 영상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등 알츠하이머 관련 바이오마커를 정량적으로 분석, 의사들이 환자의 뇌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뉴로핏은 MRI 기반의 뇌 구조 분석 기술인 ‘뉴로핏 아쿠아’를 통해 알츠하이머 진단 보조 솔루션을 동양인에 맞게 최적화했다. 빈대표는 “동서양의 해부학적 차이를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뉴로핏의 이러한 기술은 진단과 연구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통해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뉴로핏의 FDA 허가 제품은 2개 이며 향후 지속적인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빈 대표는 “기존 MRI 분석 솔루션과 PET 분석 솔루션을 추가로 개발했는데, 업계에서 처음으로 MRI와 PET 분석 소프트웨어 모두 FDA 승인을 받은 첫 번째 회사가 됐다”며 “두 번째는 남들이 아직까지 관심을 많이 두고 있지 않은 혈관성 치매를 위한 혈관 영상 분석 기술을 개발하자고 해서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시다시피 항 아밀로이드 치료제가 처음으로 학회에서 발표가 되면서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또 운이 좋게 저희들이 이 분석 기술들을 개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 개발 인력도 막강하다. 현재 뉴로핏의 R&D 인력은 전체 직원 약 150명 중 70%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국내 기준 가장 많은 뇌 영상 분석 연구 인력이다. 빈 대표는 “뇌 영상 분석 기술을 연구하는 인력의 규모로도 세계에서 앞서 있는 회사”라며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질환 분야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성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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