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톱' 노리는 삼성메디슨, 소니오 인수로 美공략 신호탄

나은경 기자I 2024.09.08 09:20:00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글로벌 경쟁사들에 밀려 북미시장에서는 비교적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메디슨이 프랑스 스타트업 인수로 반등을 모색한다. 이달 중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세력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3일 삼성메디슨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프랑스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 소니오 인수 작업을 마쳤다. 양사는 지난 5월 초 계약을 완료한 후 4개월간 프랑스 정부로부터 인수 승인 절차를 거쳐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소니오 인수는 삼성메디슨이 보유한 자금으로 진행됐다. 인수금액은 최종적으로 1315억원이 됐다. 삼성메디슨이 반기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은 총 3969억원으로, 이를 감안하면 인수금액이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설립된 소니오는 산부인과 초음파용 진단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 이력 및 내역을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IT솔루션 및 AI 진단보조기능을 개발해왔다. 이번 소니오 인수가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삼성메디슨은 소니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4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인텔 비전 2024’에 참석해 자체 개발한 의료 AI를 공개했다. 삼성메디슨은 이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소니오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소니오와의 기술 협업으로 의료진의 진단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진단 품질 또한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삼성메디슨의 수장으로 선임된 유규태 대표이사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사내메일에서 “의료기기 사업방향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의료기기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의 트렌드가 AI 진단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삼성메디슨이 적절한 타이밍에 의료 AI 기술 업그레이드에 나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초음파 진단기기 리포트에서 분석한 글로벌시장의 변화 트렌드 6가지 중 초음파 AI의 성장을 가장 처음으로 짚기도 했다.

옴디아는 “초음파를 포함한 모든 의료 영상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 영역이 AI 도구의 개발”이라며 “AI 기술은 초음파 분석에 있어 자동 감지 및 정량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진단에 가장 효과적인 슬라이스를 자동식별해 제안함으로써 초음파 AI가 의료진의 진단을 도울 수도 있다.

특히 소니오는 미국 시장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미국에서 삼성메디슨이 세를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니아가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은 디텍트는 태아의 상태 측정용 진단 단면을 자동인식해 화면의 품질 및 적정 여부를 평가하는 산부인과용 AI 진단 솔루션이다. 미국에서 대규모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소니오의 AI 진단 시스템은 전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운영돼 유지·보수가 편리하고 도입하게 될 병·의원의 부담도 낮출 수 있어 시장 침투력도 좋다.

삼성메디슨의 하드웨어 기술력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이자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 2위인 미국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삼성메디슨은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지만 미국에선 2위에 그친다. 미국에서 삼성메디슨의 시장점유율은 7%로 1위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의 격차도 크다. 현재 삼성메디슨에서 국가별 매출 순위를 줄 세우면 중국과 미국이 1·2위를 다투는 만큼 미국에서 매출을 크게 늘리면 삼성메디슨의 전체 실적 개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GE가 미국은 물론 글로벌 초음파 의료기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의료진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사용자 친화적 소프트웨어였다”며 “삼성메디슨도 FDA로부터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빠르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메디슨은 기세를 몰아 올해와 내년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매출 5174억원, 영업이익 864억원을 낸 삼성메디슨은 올해는 반기만에 지난해 매출의 57%를 달성했다.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소폭 줄어든다 하더라도 올해 최고 실적 경신이 예상된다. 내년에는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소니오가 스타트업인 만큼 향후 협업 가능성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내년까지 소니오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대 초음파 진단기기 전문기업인 삼성메디슨은 지난 1985년 설립된 메디슨을 모태로 한다. 이후 2011년 삼성전자(005930)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사명도 삼성메디슨으로 바뀌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