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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헴리브라 올 상반기 처방액은 236억원으로 집계됐다. 헴리브라 국내 처방액은 2022년 62억원, 지난해 240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헴리브라의 올해 처방액이 50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혈우병은 지혈이 원활치 않아 출혈이 완전하게 멈출 때까지 오래 걸리는 유전병이다. 혈우병은 출혈 시 지혈을 돕는 단백질, 즉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하거나 없는 것이 원인이다. 혈우병은 8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 A형과 9인자 결여에 의한 B형으로 각각 구분된다.
JW중외제약의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는 A형 혈우병 치료제로, 혈액 응고 단백질인 8인자가 부족한 환자들을 위해 개발됐다. 헴리브라는 혈액 응고 9·10인자에 동시 결합해 8인자가 있는 것처럼 작용한다. 기존 A형 치료제가 8인자를 보충해주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헴리브라는 혈액 응고 9·10인자에 동시 결합해 8인자가 있는 것처럼 기능한다. 헴리브라를 8인자 제제 내성 환자에게도 투약할 수 있는 이유다.
헴리브라는 스위스 로슈 자회사인 일본 주가이제약이 개발했다. JW중외제약은 2017년 헴리브라의 국내 개발 및 판권을 확보했다. 헴리브라는 2019년 식약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았고, 2020년 5월 출시했다. 지난해 5월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추가되며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 헴리브라, 혈우재단 처방목록 비등재
눈에 띄는 점은 헴리브라 처방액 급증이 반쪽짜리 시장에서 올린 결과라는 점이다.
한국혈우재단에서 아직 헴리브라를 처방약물 목록에 올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혈우재단 산하 병·의원에선 헴리브라를 처방받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혈우병 환자 절반이 한국혈우재단 소속”이라며 “혈우재단 처방약물 목록에 등재된다면 헴리브라의 확장성은 현재 처방액의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헴리브라를 한국혈우재단 처방약물 목록에 등재하기 위해 계속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혈우재단은 오래전부터 전국 각 지역의 혈우재단 의원을 통해 국내 혈우병 환자들을 관리해왔다. 국내에서 혈우병 환우 치료와 관리에 혈우재단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혈우병 환우협회인 한국코엠회에 따르면, 혈우병을 치료하는 전국 70여 곳의 병원 중 헴리브라를 구비한 곳은 27곳에 그쳤다.
헴리브라의 매출은 2022년 기준 38억2300만 스위스프랑(5조8843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점유율은 36%로 1위 치료제다. 세계 144개국에서 2만명 이상의 혈우병 환자가 헴리브라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 영국에선 헴리브라가 표준치료제다. 영국에선 헴리브라가 비항체 환자에게까지 급여가 확대되자, 2년 이내 주요 혈우병전문치료센터 70~80% 환자가 헴리브라로 치료제를 바꿨다.
◇ 등재되면 연매출 1800억...수직상승
혈우재단에서 헴리브라를 처방목록에 등재하게 된다면 매출은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A형 혈우병 환자 가운데 헴리브라 급여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는 500명 내외로 추정된다”며 “투약 편의성 등에서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으면 의사, 환자 모두 헴리브라 처방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A형 혈우병 환자는 1746명이다. 이중 중증환자는 1259명(72%)이다. 헴리브라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는 환자는 △입원기록 △중증출혈 병력 △24주 이상 8인자 제제 투여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A형 혈우병 환자가 500명 내외로 추정된다. 헴리브라의 1년 약가가 3억 5600만원으로 확인됐다. 단순계산으로 헴리브라의 연간 최대 매출이 1780억원이라는 계산이다.
헴리브라는 피하 주사 방식으로 기존 정맥 주사대비 투약 편의성이 높다. 또, 투약 주기가 최장 4주로 기존 치료제보다 길다. 기존 혈우병 치료제는 짧은 반감기로 일주일에 3번가량 투약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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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등재 지속 땐 800억이 최대 매출
하지만 헴리브라의 혈우재단 등재가 언제쯤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혈우재단은 GC녹십자와 인연이 깊다. GC녹십자가 6억 8000만원의 기금을 출연해 혈우재단 설립을 도왔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한국혈우재단 초대이사장을 허영섭 녹십자 전 회장이 맡았다.
녹십자는 헴리브라의 경쟁 치료제인 그린에이트, 그린모노, 그린진에프 등을 판매 중이다.
녹십자 치료제 외 다케다의 에디노베이트·애드베이트, 화이자의 진타 솔로퓨즈 프리필드 등이 8인자 제제로 혈우재단 처방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혈우병 환자가 대다수 소속된 혈우재단 비등재가 지속된다면 헴리브라 매출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헴리브라의 매출액은 700억~800억원이 최대치”라고 분석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헴리브라 급여 확대가 적용되면서 처방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헴리브라에 대한) 효능, 부작용 등과 관련한 처방 데이터가 쌓이면서 신뢰가 올라가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 이어 “이런 부분들이 A형 혈우병 시장에서 헴리브라 처방 증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혈우병 자체가 희귀질환이고 헴리브라가 투약 편의성도 높기때문에 결국엔 (혈우재단에서도) 헴리브라를 등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혈우재단은 헴리브라의 처방목록에 현재까지 등재되지 못한 이유와 향후 등재 계획을 묻는 이데일리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