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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바짝 졸라맨 부광약품, 분위기 반전 카드는?

신민준 기자I 2024.07.15 09:10:02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별도 재무제표 기준)를 기록한 부광약품(003000)이 올해 들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부광약품은 영업 및 유통시스템 재편과 더불어 의약품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 부광약품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표 직속 사업본부를 신설, 중추신경계(CNS)와 내분비 의약품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라투다 등 중추신경계 의약품 판매 주력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1252억원, 영업적자(손실) 1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903억원)대비 약 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123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부광약품은 1960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부광약품은 올해 연간 영업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3분기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부광약품은 의약품 유통재고 관리 등 영업 건전성을 적극적으로 제고한다. 부광약품은 의약품 등의 출고 조정을 통해 유통재고를 관리한 결과 지난해 6월 63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83억원으로 유통재고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재고 축소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며 “그 결과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부광약품은 의약품 포트폴리오도 재조정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정리와 전략품목을 선정해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전략품목은 우울증 등 중추신경계와 당뇨병성신경병증 등 내분비, 호흡기 제품 및 상품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부광약품은 중추신경계 의약품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부광약품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표이사 직속 중추신경계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부광약품은 기존 소수의 팀을 전체 인원 약 30명의 영업부로 대폭 확대해 두 개의 팀이 전국의 신경과, 정신과 전문의들과의 신뢰관계(라포) 형성 등에 주력한다.

중추신경계 사업본부는 △양극성 장애 치료제 △항우울제 △조현병 치료제 △불면증 치료제 △뇌전증 치료제 등 정신과 영역과 신경과 영역의 제품을 전반적으로 담당한다. 부광약품은 올해 1분기 중추신경계 제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중추신경계 사업본부는 올해 하반기 출시될 블록버스터 의약품 라투다의 마케팅 활동에 주력한다. 이를 통해 국내 중추신경계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부광약품의 기존 병·의원 영업부는 중추신경계 의약품 영업 경험이 있는 직원 위주로 라투다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한 영업사원으로 보강했다.

라투다란 일본 스미토모파마가 개발한 조현병 및 제 1형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를 말한다. 부광약품은 라투다에 대한 국내 독점 개발 및 판권을 가지고 있다. 라투다는 2015년 미국 출시 이후 연간 매출 20억달러(약 2조 8000억원)를 올렸다. 라투다는 기존 비정형 항정신병약물보다 체중·프로락틴 증가, 이상지질혈·고혈당증과 같은 대사계 이상반응이 낮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현병 및 제1형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신약으로 라투다의 국내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라투다는 현재 미국, 유럽연합 등 53개 국가에서 발매됐다. 라투다 관련 국내 시장 규모는 약 24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부광약품은 라투다 국내 판매를 통해 향후 3년내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매출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우울증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도 부광약품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우울증(만성 우울증·주요 우울장애)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137억 5500만달러(약 19조원)에서 올해 159억 8300만 달러(약 2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광약품의 현재 중추신경계 의약품 라인업은 우울증 치료제 익셀, 불면증 치료제 잘레딥, 조현병 치료제 로나센, 뇌전증 치료제 오르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부광약품은 중추신경계 제품 외 자체 개발 개량신약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의 판매에도 주력한다. 올해가 덱시드 출시 10주년인 만큼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덱시드 처방액 규모(치옥타시드 포함)은 약 350억원에 이른다.

◇신약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도 재조정

부광약품은 신약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도 재조정한다. 부광약품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신약 파이프라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부광약품의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 비중이 매출의 31%에 달한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연구개발 비용 비중은 20% 안팎인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용 비중은 존슨앤존슨과 로슈, 노바티스가 각각 17.7%, 22.6%, 25%를 기록했다.

부광약품은 신약 개발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개발 중인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의 임상 개발을 중단했다. 콘테라파마가 JM-010의 유럽 임상 2상 결과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영향이다. 부광약품은 JM-010의 자체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JM-010의 기본적인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다른 기업에 기술 이전하는 방안 등을 임상결과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현재 7개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2개 또는 1개 파이프라인에 주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부광약품은 JM-010의 개발을 중단한 만큼 영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CP-012가 현재 임상이 가장 빠른 상황이다. CP-012는 파킨슨병 환자의 70%가 경험하고 있는 아침무동증을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CP-012가 JM-010보다 더 큰 시장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경우 주식 상장이 계획 시점보다 지연됐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코스닥 상장에서 선회해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는 부광약품에게 올해가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최대주주 OCI홀딩스(010060)의 사정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OCI홀딩스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 9월까지 약 740억원 규모(지난 9일 종가 5500원 기준)의 부광약품 지분 19%를 추가 매입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OCI홀딩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1조 2138억원에 달하는 만큼 부광약품 지분 추가 매입이 큰 부담은 아니다. 다만 부광약품의 실적과 신약 개발이 계속 부진에 빠질 경우 OCI그룹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올해 중추신경계 신제품 판매 등을 통해 연간 영업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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