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재 세계 전역에서 진행 중인 ‘키트루다’ 병용임상 숫자다. 국내 키트루다 병용임상 건수만 따져도 120여 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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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지난해 매출액은 250억달러(35조원)로 글로벌 의약품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머크의 전체 매출 600억달러(83조원)의 41.6%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키트루다 병용파트너 의약품이 되는 순간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다. 글로벌 키트루다 병용임상 숫자가 1600건까지 증가한 이유다.
업계에선 키트루다 병용임상 사실 자체를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병용임상에도 확연한 등급 차이가 존재한다.
이데일리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국내 키트루다 병용임상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 “국내 기업체 무상지원, 10개사에 그쳐”
우선, 키트루다 무상지원받는 국내 120개 병용임상 가운데, 기업체 지원은 손에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머크에서 작년 무상 지원하는 회사들에 대해 리스트를 발표했다”면서 “당시 국내에서 키트루다를 무상 지원받은 곳은 10개사 11개 파이프라인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1개 파이프라인은 작년 8월 기준”이라며 “이후 몇 곳 더 추가됐을 순 있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가 파악한 10개사의 11개 파이프라인은 다음과 같다. △제넥신(095700)(2016년 11월) △메드팩토(235980)(2018년 7월)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2020년 7월) △한미약품(128940)(2020년 8월) △파멥신(208340)(오린백시맙, 2021년 4월) △큐리언트(115180)(2021년 11월) △지놈앤컴퍼니(314130)(2022년 3월) △티움바이오(321550)(2022년 3월) △파멥신(PMC-309, 2022년 11월) △웰마커바이오(2023년 2월) 등이다.
여기까지가 키트루다 병용임상 ‘진골’ 계급으로 볼 수 있다.
◇ “2상 지원규모와 진행 사항 따져봐야”
성골이 되기 위해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임상 2상이 확실한 기준점이다.
중소 제약사 임상개발실 관계자는 “머크는 바이오회사와 병용임상 계약을 할 때 보통 2a상(또는 임상 2상)까지 키트루다 무상 공급을 약속한다”면서 “문제는 약을 지원했는데 안전성이나 효능이 기대에 못 미치면 임상 2상(또는 2a상)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임상 2상을 할 수 없으니 약물 공급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임상 1상이 끝났음에도 2상에 진입하지 못하면 사실상 ‘키트루다 좀비’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일침했다.
그는 “임상 2a상이나, 2상이 끝났는데도 임상 진전이나 기술수출 소식이 몇 년째 없으면 머크도 관심 없단 의미”라며 “다른 PD-1/PD-L1 계열 면역항암제와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경우 키트루다 무상공급 사실을 홍보만 할 뿐 사실상 임상이 중단됐단 의미다.
2상 임상 규모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상개발실 관계자는 “안전성을 전제로 약물에 대한 효능 기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적응증과 임상 환자에 지원한다”며 “돈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 없지만 약물 지원규모가 크면 클수록 머크의 (특정 적응증에 대한 효능에 대한)기대치가 높거나, 향후 특허만료에 따른 방어전략에 부합하는 치료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티움바이오 TU2218 임상 2a상을 기준점으로 볼 수 있단 의견도 나왔다. TU2218+키트루다 임상 2a상은 3개 적응증에 총 120명이 예정돼 있다. 약값 지원 규모가 적게는 120억원, 키트루다 장기투여 환자가 많으면 최대 200억원에 이른다.
◇ 연구자 임상이 절대 다수...무상지원 허들 낮아
6두품은 연구자 주도 임상을 일컫는다.
한 바이오벤처 신사업개발본부 부사장은 “머크가 키트루다를 무상지원 하는 경우는 연구자 주도 병용임상이 대부분”이라며 “연구자 주도 임상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기업에서 직접 약물을 무상지원 받는 것보단 심사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는 대규모 제약회사나 상업적 연구와는 달리, 주로 공공 연구 기관, 병원, 대학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다. 이는 특정 질병이나 치료법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연구자 주도 임상은 상업적 이익보다는 학문적, 사회적 기여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임상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어 머크 측의 큰 부담이 없다는 것도 (무상지원을 받기 쉬운) 이유라면 이유”라며 “연구자 주도 임상은 보통 의료현장에서 서로 다른 약물 3~4개를 섞는 등의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할 때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 직접구매는 그나마 양반, 아닌 경우도
5두품은 키트루다를 직접 구매하는 경우다.
국내 바이오텍 연구개발부문에 근무 중인 한 전무이사는 “머크는 절대로 키트루다를 도매가로 공급하지 않는다”며 “더욱이 키트루다는 아직 특허가 만료되지 않았다. 제네릭(복제약)이 없어 회사가 비용을 아낄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암환자의 키트루다 일반 처방비용을 회사가 대신 내주는 것”이라며 “여기에 임상 수가는 일반 환자 수가의 1.3배로 회사 부담이 천정 부지로 치솟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선 이 모든 비용을 다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회사라면 일정수준(5두품) 이상으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4두품 이하는 키트루다 무상지원도 못 받고 구매능력도 없는 병용임상을 말한다.
대형 제약사 종양임상팀장은 “키트루다를 처방받은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 자기네 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병용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회사는 따로 키트루다 처방액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의서는 보통 ‘환자가 동의해서 임상에 참여하면 우리 약을 추가한다’는 내용과 ‘키트루다+임상약은 새로운 치료법인데 동의하냐’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 경우 환자 동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등록의 어려움으로 임상기간이 상당시일 소요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 병용임상, 기술수출 보장 없어
키트루다 병용임상이 기술수출이 교두보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어떠한 미래도 보장하지 않는다.
제약사 임상개발실에 근무 중인 상무는 “머크는 키트루다 무상 약물지원에 계약 우선권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머크에서 원하는 건 키트루다와 관련한 데이터 수집”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키트루다 병용임상은 어떠한 기술수출, 공동개발 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머크는 무상 지원한 임상 가운데 압도적인 효능이 확인되고, 내부 경쟁 약물과 비교해서도 우위가 확인됐을 때 투자를 늘려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키트루다 자체가 워낙 효능이 좋은 치료제라는 점을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면서 “병용임상에서 키트루다를 뺀 첨가 치료제의 효능이 얼마나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