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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이날 오후 9시 5분께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에 있는 코오롱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에서 일어났다. 일주일간 평균 50㎝ 이상의 눈이 내렸던 터라 체육관 위에는 ㎡당 114㎏의 눈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리조트 측은 골프장 등에서만 미리 제설 작업을 했고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체육관 지붕은 사고 당일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체육관이 990㎡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112t의 눈이 지붕을 누르고 있던 셈이다.
경찰과 소방, 군 당국은 신고를 접수하고 구조대 400여명을 보냈지만 진입에 난항을 겪었다. 리조트는 해발 500m의 산 정상에 있었으며 도로는 좁고 눈이 쌓여 있는 상황이었다.
수백m를 걸어 구조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뒤였다. 건물 더미가 떨어지며 안에 있던 학생 565명 중 10명이 숨지고 240명이 다쳤기 때문이다. 이들 중 100여명은 잔해에 파묻혀 있었고 대원들은 14시간가량 밤샘 구조 작업을 벌였다.
경찰이 복구한 사고 당시 영상에는 아비규환이었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무대 뒤편에서 ‘쩍쩍’ 하는 소리가 난 뒤 지붕이 ‘V’(브이)자 모양으로 붕괴한 것이었다. 또 학생들이 출입문을 향해 흩어지는 장면과 비명이 이어지며 긴박했던 상황이 영상에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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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이 붕괴한 배경에는 관련자들이 제설 작업을 하지 않고 건물 설계, 유지·관리를 소홀히 한 상황이 존재했다. 리조트 측은 적정 수용 인원인 260명이 훌쩍 넘는 560여명이 체육관에 들어가도록 했고 골프장과는 달리 제설 작업을 미리 해두지 않았다. 사고 사흘 전 골프장 전 직원과 포클레인 4대를 동원해 다른 시설의 눈을 치운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더 큰 문제는 부실하게 지어진 체육관 건물에 있었다. ‘사전제작 철골 시스템’(PEB)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었지만 지붕 패널을 받치는 금속 구조물인 중도리 26개 중 14개가 지붕 패널과 결합되지 않은 것이었다. 주기둥과 주보에는 저강도 부재가 사용됐으며 고강도 무수축 모르타르 등도 시공되지 않은 상태였다.
마우나오션 리조트 소유자인 코오롱그룹 측은 참사 이튿날부터 유족들을 만나 사과하고 보상 문제를 논의했다. 사망자 대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합의가 이뤄졌지만 부상자 중에는 리조트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끝에 치료비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검찰은 사고 두 달여 만에 관련자 21명을 기소했고 법원은 체육관 설계·시공·감리 담당자와 리조트 관계자 등 13명에 실형과 금고형을 선고했다.
1심은 “각 단계에서 피고인들이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사고는 피고인들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라며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중대 사고를 일으키게 된 근본 원인은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소홀히 하는 문화가 건설 업계, 사회 전반에 만연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체육관 지붕패널과 중도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판시했다.
2심은 사고 당시 예년보다 적설량이 많았던 점, 제설 작업을 하지 않은 리조트 측 책임 등을 고려해 피고인 11명에 금고형 집행유예~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사고 책임자 5명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했고 대법원이 이를 모두 기각하며 판결이 확정됐다. 체육관이 무너진 지 507일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