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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경찰은 택시기사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B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던 2월 7~8일 사이에 A씨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결국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경찰은 2012년 수사본부를 해체했고,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아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게 됐다.
풀리지 않던 사건의 실마리가 보인 것은 ‘과학수사’를 통해서였다. 2016년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돼지 사체를 동원해 B씨의 사망 시간을 2월 1일~4일 사이로 추정하고 2018년 5월 A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범행의 직접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과거 A씨의 차량에서 떼어낸 증거품에서 B씨의 옷 미세 섬유가 다량 있는 것을 발견해냈다. 이 증거로 A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지난 2021년 대법원에서까지 무죄를 확정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정황증거였던 미세섬유는 수천, 수만벌이 제작되는 기성복 특성상 제3자에 의해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2심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하며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범인임을 전제로 사건을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재판 후 “처음부터 억측으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결국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영원한 미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