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1년 8월 7일이었다. A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전 부인이 사는 집에 찾아갔다.
그는 전 부인과 공동 소유하던 주택이 경매를 통해 타인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듣고 기분이 언짢은 상태였다
A씨는 전 부인의 딸인 B(사망 당시 32세)씨와 말다툼을 벌였고 그가 비아냥대는 것을 듣자 바나나를 자르던 길이 36㎝의 흉기로 피해자의 등을 찔렀다.
방충망 개폐 문제로 언성을 높인 것이었지만 평소 의붓딸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에 흉기로 살해하기까지 이른 것이었다.
B씨는 방어조차 하지 못한 채 흉부에 자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저혈량성 쇼크로 숨졌다.
현관문 밖에서 이삿짐 정리를 하던 B씨의 모친은 내부 상황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당시 거실에서 공격받은 B씨는 도움을 요청하고자 현관문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A씨는 아무런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집 안에서 문을 잠근 채 경찰과 대치하다가 2시간이 지나서야 붙잡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다 다쳐 긴급 수술을 받기도 했다.
◇과거 배우자에게 흉기 휘둘러 징역형 집유 전력도
A씨는 교통사고로 하지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과 이혼, 주택 소유권이 넘어간 것을 비관하던 중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문제를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에게 돌려 살해한 것이었다. 그의 범행으로 B씨의 남편과 두 딸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됐다.
조사 결과 A씨는 21년 전에도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1998년 당시 배우자를 흉기로 찌르고 같이 죽자며 수면제 10알을 입에 강제로 넣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이었다.
구속된 A씨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의붓딸이 평소 아내와의 혼인 생활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나를 무시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었을 고통은 가늠하기 힘들다”며 “피고인은 그 유족에게 살아가는 동안 지울 수 없을 절망과 고통을 가했고 용서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백하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스스로에 대한 비관이 지나친 나머지 정상적인 판단이 저하돼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의 항소 기각 판결 등 과정을 거쳐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