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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 11일은 타이태닉호가 침몰하기 3일 전인 시점으로 당시 저녁 만찬은 배가 아일랜드 퀸스타운을 떠나 뉴욕으로 향하던 때 열렸다. 타이태닉호는 같은 달 14일 북대서양 한복판에서 침몰했다.
메뉴판에는 굴, 연어, 소고기, 새끼 비둘기, 오리, 닭고기 등 다양한 요리가 적혀 있다. 디저트로는 빅토리아 푸딩과 아이스크림 등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중앙 상단에는 타이태닉호를 만든 선박회사 화이트스타라인의 로고가 그려져 있으며 곳곳에 물에 얼룩진 흔적이 남아 있다.
메뉴판은 캐나다 노바스코샤 출신의 역사학자인 렌 스티븐슨이 소장하던 것으로 1960년대 사진 앨범에서 발견됐다. 스티븐슨은 2017년 사망했으며 최근 그의 딸이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이 메뉴판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븐슨이 이 메뉴판을 어떤 경위로 입수해 보관하고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매 업체 관리자인 앤드루 알드리지는 다른 일등석 메뉴판은 몇 개 발견된 바 있지만 이번 경매에 나온 메뉴판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여러 박물관 및 타이태닉호 관련 물품 수집가들과 이야기해 봤지만 어디에서도 이 메뉴판 같은 것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알드리지는 이 메뉴판이 타이태닉호 희생자 중 한 명에게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침몰 3일 전의 일등석 저녁 메뉴판은 이번 경매에 부친 것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타이태닉호 희생자의 물품을 개인이 소장하는 것은 도덕성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소속 해양사 부교수 해리 베넷은 지난 9일 뉴욕타임즈에 희생자의 시신에서 수습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도덕성에 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타이태닉호 침몰 이후 발견된) 회중시계나 메뉴판 사진을 보고 실제 어떤 비극적 여정이 있었을지 떠올리면 매우 불안하다”며 “이러한 물품은 개인이 소장하기보다는 박물관에 있는 것이 더 낫다. (박물관에서 보관될 경우) 최소한 가격에 대한 문제가 사라지는 맥락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