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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은 2006년 5~9월 인천 등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기존 출소일은 지난해 10월 17일로 형기를 마친 뒤 의정부시 소재 법무부 산하 갱생 시설에 머물 예정이었다. 의정부 지역사회는 이 같은 법무부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시설 인근에는 영아원과 초중고교 6곳이 있었고 김근식의 연고지도 경기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또 다른 성범죄 혐의로 김근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며 지역사회의 우려는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이에 대해 같은 달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근식의 출소에 대한 주민 반발이 커지니 갑자기 구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이 김근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당초 김근식은 ‘2006년 인천지역 아동 강제추행’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지만 그가 여러 차례 이감됨에 따라 사건도 함께 이첩됐다. 이 사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은 2020년 12월이었고 안양지청은 지난해 7월 사건을 넘겨받았다. 피의자 김근식은 해당 사건 혐의를 부인하고 그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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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지청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면밀히 자료를 들여다봤다. 주어진 기간은 김근식에 대한 구속기한 연장을 포함한 20일이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김근식이 인천 강제추행 사건의 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 기록상 사건 당시 피해자 측이 신고한 기간과 피해 일시에는 김근식이 구금됐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안양지청이 명백한 증거를 찾아내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아동 성범죄 미제사건 용의자의 유전자(DNA)와 김근식의 DNA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다. 결국 김근식은 검찰이 제시한 DNA 감정 결과에 자백했다. 2006년 9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인근 야산에서 13세 미만인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추행한 사건이었다.
출소 하루 전 재구속된 김근식은 구속수사가 부당하다며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 등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김근식에게 두 가지 혐의를 더 적용한 뒤 그를 재판에 넘겼다. 2019년과 2021년 교도관을 때려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2017년부터 2년간 재소자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였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계기였던 인천지역 아동 강제추행 사건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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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측은 법정에서 “강제추행 사건 범죄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혐의 일부는 부인했다. 또 2006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을 당시 이미 범죄를 자백했는데 검찰이 뒤늦게 별건 기소하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선 사건과 재판을 받았다면 형량이 미비했을 텐데 16년 뒤 기소돼 여론의 질타를 받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엄중 처벌과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며 13세 미만 아동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공무집행방해와 상습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등도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김근식의 아동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부착 10년 등을 명령했다. 공무집행방해와 상습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검찰이 청구한 성 충동 약물치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피고인에게 영구적 영향을 초래할 약물이 필요할 만큼 재범이 우려돼 해당 치료를 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당시 13세 미만인 피해자를 끌고 가 강제추행한 점은 죄질이 좋지 않다. 성적 자기 결정권이 미약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미 다른 성범죄 사건으로 수사 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 이 사건 범행을 자수했고, 판결받았을 경우 다른 사건들과 한꺼번에 선고받았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김근식과 검찰 측이 쌍방 항소하며 이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