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진주지원 제1형사부(박무영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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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3월 12일 오전 6시 30분께 아내와 자녀가 머물던 경남 진주시 상평동의 주택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 아내 B(51)씨와 아들(14)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딸(16)에게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
A씨는 범행 직후 승용차를 타고 자신이 사는 함양읍 집에 들러 휴대전화를 버리고 인근 야산으로 도주했다.
이후 경찰은 300여 명을 동원해 주요 도로 등을 차단하고 인근 야산과 숙박업소, 찜질방 등을 집중 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헬기와 드론, 수색견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경찰은 사건 발생 3일 후인 14일 오후 5시 40분께 함양군 함양읍에 있던 한 빈집 창고에 숨어 있던 A씨를 붙잡았다.
A씨가 숨어 있던 빈집은 그가 사는 함양군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해당 빈집을 수색했지만,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경찰이 재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빈집 창고에 은신해있던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인근 야산에 은신해 있다가 굶주림 등으로 내려와 빈집에 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는 아내와 자녀를 살해하고 본인도 죽으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자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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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평소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B씨와 자주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무직으로 B씨가 식당일을 하면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별거 상태였던 두 사람. B씨는 폭력성이 강한 A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평소 의처증이 있던 A씨는 B씨의 외도를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들도 별거 중인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찾아와 다투는 일이 잦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인근 주민은 “‘A씨가 평소 의처증 증세가 있다’고 아내 B씨가 자주 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B씨가 A씨를 못 들어오게 하려고 현관 비밀번호를 자주 바꿨는데 남편이 계속 소란을 피우니 민폐가 되기 싫었는지 집에 들여보내곤 했다”며 “평소 B씨가 ‘남편이 집에 안 오면 좋겠다. 세 식구만 오붓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숨진 아내와 아들, 그리고 중상을 입은 딸은 2016년 가정폭력 문제로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서 70여 일을 머문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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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A씨가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으로 사건을 저지르진 않았다며 우발적인 살인을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A씨가 가정폭력 범죄 전력, 숨진 아내가 이혼 청구를 위해 준비한 서류 등을 제시하며 계획적 살인이라고 했다.
검찰은 7월 A씨에 대해 “범행의 잔인성과 죄질을 고려할 때 이 사회로부터 영원한 추방이 필요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범행 전 장모에게 가족들을 죽인다고 음성메시지를 남긴 점, 범행을 위해 흉기를 준비한 점, 차 안에 있던 흉기를 집 현발 신발장에 놓고 들어간 점, 흉기를 휘두른 순서와 부위 등을 판단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일가족을 살해한 것은 우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인다”며 “범행 방법이나 잔혹성, 진지한 참회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부동산과 재산을 정리한 점, 장모로부터 부인과 자식을 죽인다고 한점, 음주 무면허 운전으로 트럭을 압수당하자 칼을 상의 주머니 안쪽에 숨겨 택시를 타고 피의자 집으로 이동한 점, 잠이 들어 무방비 상태였던 피해자(가족)를 흉기로 살해한 점 등으로 볼 때 계획적인 범행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환경,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등 여러 양형 조건에 더해 고려해 볼 때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과 일반 여론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