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교수는 18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긴급 인터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흔들리는 성장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권위주의를 더 강화하고 있는데, 이같은 통제로 현재 경제 위기 국면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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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너스 교수는 글로벌 투자은행(IB) UBS,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며 시장에서 유명세를 탔다. 지금은 옥스퍼드대 중국센터에서 중국을 집중 연구하고 있는 석학이다.
◇“시진핑 경제모델 더는 작동 안해”
매그너스 교수는 헝다(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같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도미노 채무불이행(디폴트) 공포와 청년 실업률 급등으로 표면화된 장기 침체 우려 등을 두고 인터뷰 내내 ‘시진핑 리스크’를 거론했다. ‘공산당 일당 지배’ 이념 정치를 없애지 않는 한 중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는 뜻이다.
매그너스 교수는 “중국 당국은 이미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그것은 (본질을 벗어난) 미봉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기존 연 2.65%에서 2.50%로 인하했고, 21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릴 게 확실하다. 위안화 추가 약세를 감수하더라도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가는 경제를 그냥 놔둘 수 없어서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매그너스 교수는 “통상 이런 경우에는 부실 채무자들의 파산을 허용하고, 시장 개방과 기업 친화적인 경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국영기업(SOE)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그러나 중국은 이 중 그 어느 것도 정치 의제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지난 15일자 공산당 이론지인 추스(求是)를 통해 ‘공동부유’(다 함께 잘 살기)를 강조하면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에 훨씬 덜 의존하는 수출 시장을 구축하면서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재앙…곧 금융 옮겨갈 것”
그는 아울러 중국 경제의 최대 악재로 떠오른 부동산 부문에 대해서는 “지금 재앙 직전에 있다”고 했다. 중국 경제가 대전환점을 맞은 것은 부동산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1990년대다. 지방정부들이 국가 소유의 토지를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사들일 수 있도록 허가했고, 이후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부동산 개발 수요가 폭증하면서 부동산 가치는 치솟았다. 연 10%가 넘는 초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이같은 중국 전역의 부동산 개발 붐이 자리했다. 그런데 급격한 고령화와 주춤하는 도시화가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수요는 식어버렸고, 그 결과가 최근 뇌관으로 떠오른 비구이위안 디폴트 공포다.
매그너스 교수는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은 매우 중요하다”며 “금융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담보의 5분의2 정도는 부동산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부동산 위기가 금융 쪽으로 옮겨붙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가 또 주목하는 것은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다. 매그너스 교수는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중국 기업들은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름마다 1100만~1200만명의 학생들이 졸업하는데, 이들에게는 대부분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만 주어져 있다”고 했다. 6월 기준 중국 청년실업률은 21.3%에 달했고, 중국 당국은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
망가진 내수를 떠받치고자 그나마 대안으로 떠오르는 수출 증대 역시 비슷한 이유로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세계가 자유주위와 권위주의에 대립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시 주석의 공산당 이념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공급망 재조정과 지정학적인 요인 탓에 중국에 대한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경제 위기는 상당히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경제·무역 측면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30년간 우리가 익숙했던 중국의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조지 매그너스 교수는…
△영국 런던대 경제학 학사 △런던대 SOAS 경제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로이드은행 이코노미스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 △SG워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 △UBS 수석이코노미스트 △UBS 연기금 투자위원회 의장 △UBS 수석경제고문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