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40분을 버틴 끝에 119에 구조된 할아버지는 손녀를 무사히 내려놓고는 병원 치료조차 거부한 채 나머지 가족을 구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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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서 온 일가족이었다. 일가족 7명 중 5명이 바닥으로 떨어져 4명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1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사고가 난 관람차는 최고 높이 66m로, 8인승 곤돌라 42개를 매달고 회전하는 놀이기구였다. 이날 사고는 정원 8명인 곤돌라에 일가족 7명이 탑승해 회전을 할 때마다 항상 밑으로 향하게 돼 있는 곤돌라의 무게중심이 무너져 곤돌라가 옆으로 뒤집어지면서 문이 열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관람차를 탄 전운성 씨(당시 70세)는 갑자기 곤돌라가 멈칫거리더니 뒤집어지면서 출입문이 열리고 부인인 김시영 씨가 떨어지는 모습을 본 뒤 순간적으로 옆에 앉은 손녀 지민 양(8)를 왼손으로 붙잡았다.
그러나 곧 함께 탄 며느리 변영순 씨와 손녀 윤경, 지은 양, 손자 민수 군이 떨어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뒤집힌 곤돌라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한 손에는 손녀를 안고 한 손으로는 철제 난간을 잡으며 두 다리로 곤돌라 벽을 지탱한 상태로 40여 분간을 버틴 전 씨는 바닥에 떨어져 숨져 있는 가족들을 보며 열두 번도 더 손을 놓고 함께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갑작스런 참사에 당시 놀이공원 월드카니발에 있던 많은 관람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는 등 한동안 극심한 혼란이 일었다.
사고 직후 관람차가 멈춰서면서 사고 곤돌라에 남아 있던 전 씨와 손녀 지민 양, 또 다른 곤돌라에 타고 있던 탑승객 11명을 비롯한 13명은 길게는 2시간 이상 공중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구조된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감과 장시간의 긴장으로 탈진해 실신 직전의 상태였다.
놀이공원측은 정문을 막고 취재진의 접근을 막는 한편 경찰과 소방서 직원들 조차 일일이 신분을 확인한 뒤에야 들여보내는 등 과잉통제를 해 사고수습에 나선 공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행사장내 모든 놀이기구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를 불러 관람차의 기계적 결함 등에 대해 정밀감식 작업을 벌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 조립상의 실수로 고정핀이 곤돌라와 닿을 정도로 간격이 좁아져 있는 사실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또 튀어나온 고정핀이 사고 이전에도 곤돌라와 부딪힌 흔적이 있는 점도 밝혀냈다.
영도경찰서 정성학 수사과장은 “곤돌라 출입문 근처에 페인트가 벗겨지는 등 서로 부딪힌 흔적이 있는데도 일일점검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 5일 월드카니발의 운영책임자 등 외국인 6명은 모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8단독 강문경 판사는 놀이기구 조립실수와 안전관리 잘못으로 10명의 사상자(사망 5명, 부상 5명)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기소된 월드카니발 행사 운영 책임자인 영국 국적의 W(48)씨와 기술본부장 A(47)씨, 자이언트 휠 조립책임자 Z(30)씨 등 3명에 대해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강 판사는 또 관람차인 자이언트 휠 조립 및 안전관리담당자인 세르비아 국적의 B(25)씨 등 3명에 대해서는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