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데일리와 만난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에 대한 BMD-001의 효능이 주목받았지만, 환자모집, 총 임상 비용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루게릭병 적응증을 우선 시도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2016년에 설립한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자체 개발한 RNA 전달플랫폼 ‘BDDS’와 퇴행성 뇌질환용 신약 후보물질 ‘BMD-001’을 보유한 RNA간섭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이다. 이중 BMD-001는 회사 설립 이전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류 대표가 설계한 miRNA중 하나인 miR-485-3p 타깃하는 ‘안티센스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ASO)다.
회사에 따르면 BMD-001은 신경퇴행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의 과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전두측두엽성 치매, 교모세포종 다형체, 헌틴텅병, 루게릭병 등 각종 신경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BMD-001의 전임상 연구가 두루 진행됐다. 논문이나 학회를 통해서도 그 결과가 공개됐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경우에도 설립 당시부터 대중적인 관심도가 큰 알츠하이머와 BMD-001를 연관짓는 보도들이 쏟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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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류 대표에 따르면 루이스 오데아 바이오오케스트라USA 대표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BMD-001의 첫 임상 적응증을 루게릭병으로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데아 대표는 미국 모더나와 아이오니스 등에서 25년 이상 14건의 신약 개발 성공 경험을 갖춘 RNA 전문가이다. 지난 2021년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최고의학책임자(CMO)로 합류했다.
류 대표는 “루이스 CMO와 꾸준하게 의견을 나눴고 전략적인 선택을 하기로 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보다 치료옵션이 더 부족한 루게릭병에 대해 더 유연하게 관리감독을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임상 3상까지 모두 진행할 경우 기존에 진행된 물질의 상황을 훑어봐도 루게릭병 관련 물질의 환자모집이 알츠하이머보다 쉬웠다”며 “루게릭병 신약 개발의 총비용도 수백억원 정도로 알츠하이머 대비 5~10% 수준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루게릭병이라면 BMD-001의 임상 3상까지도 자력으로 해볼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설립한 해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TIPS)에 선정되면서, 5억원의 시드(seed) 투자금을 획득했다. 이후 시리즈 A~C까지 완료하며 회사의 누적 투자금은 총 900억원 이상이다. 이를 활용해 바이오오케스트라는 BMD-001의 각종 질환에 대한 전임상 연구부터 10여 종의 추가 후보물질 발굴 연구 등을 수행해 왔다.
지난 3월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미국 내 한 제약기업에게 8억6100만 달러 규모(한화 약1조1000억원)로 BDDS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류 대표는 “이번에 성공한 BDDS의 기술 수출 건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 기술은 다양한 종류의 RNA를 뇌로 전달하는 비율(투과율)이 7%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며 “현재 공개할 수 없지만 BDDS로 공동 연구를 하며 기술수출은 타진하는 곳도 몇 곳 있다. 이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논의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각종 신약에 쓰이고 있는 항체나 ‘지질나노입자’(LNP) 등이 혈액뇌관문(BBB)을 뚫고 뇌로 전달되는 비율은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할 때 바이오오케스트라 측이 BDDS의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바이오오케스트라는 RNA 전달 플랫폼 BDDS와 글로벌 임상 진입을 시도하기 위해 준비 중인 BMD-001 등을 바탕으로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준비 중이다.
류 대표는 “오는 6월까지 기술성 평가 신청을 마칠 예정이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코스닥 상장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고 귀띔했다. 이어 “상장 성공과 추가적인 BDDS의 기술수출을 통해 BMD-001를 포함한 자체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개발을 직접 할 수 있는 신약 개발사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