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2년내 1조 돌파 유력

김진수 기자I 2023.04.26 09:10:32

엑스코프리 점유율 0.8%→1.4%로 빔팻 초기 점유율과 비슷
적응증 추가 및 투여 대상 확대된다면 성장 가속도 전망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사진=SK바이오팜)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유씨비파마(UCB)의 글로벌 1위 뇌전증 치료제 ‘빔팻’의 시장 초기 진입 때와 유사한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올해 1분기 예상 매출액은 730억원, 영업손실은 250억원으로 각각 전망된다. 연매출은 올해 엑스코프리의 성장에 힘입어 약 3600억원, 영업손실은 450억원 가량으로 예측됐다. 특히, 엑스코프리의 올해 매출이 기대치 만큼 성장한다면 4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의 매출은 2462억원으로, 이 중 97% 가량인 2401억원이 엑스코프리 판매 및 기술수출 등에서 발생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외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도 판매 중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으로 미미하다. 사실상 엑스코프리에 SK바이오팜의 실적이 달려있는 셈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엑스코프리 미국 연간 매출이 2981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대비 70%의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했다.

◇엑스코프리, 10분기 연속 상승세…시장 점유율도 동반 상승

엑스코프리의 매출은 2020년 5월 미국에 출시된 이후 10분기 동안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연도별 매출액은 2020년 127억원, 2021년 782억원, 2022년 1692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연 성장률은 515%, 116%에 달한다.

제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엑스코프리의 시장 점유율도 조금씩 높아졌다. 부분발작 환자 수 약 1500만명 기준으로 추정한 엑스코프리 시장 점유율은 2021년 0.5%에서 2022년 0.8%로 증가했다. 올해는 1.4%까지 점유율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상황 등이 달라져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1위 제품 빔팻의 출시 초반 5년의 시장 점유율 추정치와 단순 비교했을 때 엑스코프리의 성장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빔팻의 경우 첫 출시된 2009년 시장 점유율 0.5%를 시작으로 향후 5년 동안, 2010년 1.4%, 2011년 2.4%, 2012년 3.3%, 2013년 4.2%로 큰 폭의 성장보다는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이후 빔팻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21년 시장 점유율 약 45%, 특허만료 이전인 2022년 초 기준 연간 매출액이 약 1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엑스코프리와 빔팻의 출시 이후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프=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엑스코프리의 경우 빔팻 대비 성장 속도 측면에서 점유율 확보가 다소 느린 감은 있지만, 빔팻의 시장 진입 초기 단계와 유사한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빔팻의 특허만료 등으로 시장 재편의 움직임이 보이는 만큼 엑스코프리 성장에도 가속이 붙을 수 있다. 빔팻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데 9년이 걸렸지만 엑스코프리의 경우 이보다 빠르게 1조원의 벽을 넘어서 ‘블록 버스터’ 타이틀을 획득할 수도 있다.

엑스코프리가 올해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연평균 성장률은 180% 가량으로, 2025년에는 매출 1조원 돌파라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 점유율로 비교했을 때 엑스코프리가 빔팻과 비슷하게 성장한다면 출시 5년차에 3% 안팎, 7~8년차에는 4.5% 수준에 도달하면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약간의 변수도 있다. 빔팻 특허 만료에 따라 지난해 엑스코프리의 매출도 늘었지만, 또 다른 경쟁 품목인 브리비엑트와 나이질람 등의 매출도 각각 약 1500억원과 300억원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의 경우 적응증 및 투약 연령이 엑스코프리보다 더 넓다는 점이 강점이다.

◇적응증 추가, 투여 대상 확대가 관건

결국 엑스코프리의 향후 매출 및 시장 점유율 확보는 적응증과 투여 대상 확대에 달려있다.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응증 확대 및 치료제 적용 대상 확대가 필수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1위 뇌전증 치료제 빔팻 역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응증 추가 전략을 적극 사용했다. 초기 빔팻은 미국에서는 17세 이상의 간질 부분발작 환자들을 위한 보조요법제로 쓰였다. 유럽에서는 성인 및 16~18세 사이의 청소년 간질 부분발작 환자들을 치료하는 용도의 보조요법제로 승인돼 처방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후 2014년 FDA로부터 간질 부분발작 증상을 나타내는 17세 이상의 뇌전증 환자들이 단독요법제로 사용받으면서 환자의 첫 치료부터 빔팻의 사용이 가능해졌다.

2020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4세 이상의 원발성, 전신성, 강직성, 간대성 발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보조요법제 적응증 추가를 승인받으면서 대상 범위를 더 넓혀 글로벌 1위 뇌전증 치료제가 될 수 있었다.

엑스코프리는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성인의 뇌전증성 부분 발작 치료제’로 사용 중인데,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적응증 확대를 위해 분주하게 연구개발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적응증에 전신 발작을 추가하고 투약 가능 연령 범위를 청소년까지 넓히기 위해 미국, 호주, 독일 등 8개 국가에서 다국가 임상을 함께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품목허가를 위해 부분 발작 증상이 있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과 청소년 전신 발작 뇌전증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연구개발이 큰 문제 없이 이뤄진다면 엑스코프리는 2024~2025년 전신발작과 소아뇌전증까지 적응증 및 처방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엑스코프리 미국 영업을 담당하는 SK라이프사이언스는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개시했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J&J, UCB 등에서 20년 이상 뇌전증 치료제 및 주요 CNS 치료제 출시 및 판매를 경험한 전문가들로 조직을 꾸려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빔팻 외 엑스코프리와 경쟁 중인 뇌전증 신약들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엑스코프리의 차별화된 약효를 통해 향후 7~8년 동안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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