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낮은 법인세율에 구글과 애플, 메타, 인텔 등 빅테크 기업은 이 곳에 에 유럽 본사를 세웠고, 연구·개발(R&D)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화이자,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들 또한 여기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세웠다. 불과 30년 전 가장 가난했지만 이제는 각종 혁신기술 기업이 몰려들고 있는 아일랜드의 이야기다.
글로벌 기업과 인재가 몰리고 벤처캐피털(VC) 투자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아일랜드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덩달아 활성화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 스타트업이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가운데 아일랜드 스타트업 만큼은 그나마 선방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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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벤처캐피털 협회(IVCA)에 따르면 아일랜드 기술 스타트업들은 지난 한 해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총 13억3000만유로(약 1조9219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경기 침체로 글로벌 투자사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는 와중에도 투자액은 지난 2021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분야별로는 핀테크(23%)와 생명과학(21%), 소프트웨어(19%), 사이버 보안(8%) 순으로 VC 투자가 쏠렸다.
IVCA는 지난 3분기까지 선방하는 듯했으나 4분기 스타트업 투자액이 2021년 동기 대비 50%가량 감소하며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레오 해밀 IVCA 회장은 “지난해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VC 투자가 2021년 대비 35% 감소한 가운데 아일랜드는 선방했다”며 “지난해 아일랜드의 VC 자금 조달 수준은 지난 2020년보다 여전히 43%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 때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무너졌던 아일랜드가 단박에 스타트업 천국을 조성하고 다른 국가 대비 타격을 줄일 수 있던 비결은 ‘기업 친화적 마인드’에 있다. 유로존 평균보다 9%포인트 낮은 12.5% 수준의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아일랜드는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이를 통해 외국인직접투자를 활성화해 고용 창출 및 글로벌 인재 유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소득이 늘고, 세금이 늘어 경제 선순환 구조를 그릴 수 있는 교과서적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 스타트업 놀이터된 아일랜드…지원사격 ‘속속’
아일랜드가 혁신가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지원사격도 속속 이뤄진다. 지난 2019년부터 스타트업 조직을 신설하고 지원을 확대해온 AWS는 최근 아일랜드 더블린에 초기 스타트업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 ‘로프트’를 세웠다. 일명 ‘스타트업 공동 작업 공간’으로 통하는 로프트는 초기 회사를 상대로 미팅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VC와 로펌, 회계법인 등과의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유럽 본사를 아일랜드에 세운 구글은 지난해부터 아일랜드의 초기 기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구글 포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아일랜드의 스타트업을 일찍이 발굴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일부에 한해서는 구글과 협업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적인 투자도 속속 이어진다. 북아일랜드의 리서치센터 ‘카탈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아일랜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투자사는 구글벤처스와 바클레이즈, 클린그로스펀드, 엑스사이트벤처스, 비져너리벤처스 등이다. 외신들은 “침체기에도 아일랜드에 투자가 쏠린 이유는 글로벌 인재와 혁신 스타트업의 출현, 유독 가파른 스타트업들의 성장 속도로 설명된다”며 “지난 4분기 투자가 소폭 줄긴 했지만, 아일랜드 내 혁신 스타트업들이 성장잠재력을 토대로 유의미한 지표를 만들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