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북에 따르면 스타트업 파산 및 폐업은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1000여개 안팎으로 기록되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2~3년간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으며 시장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업체들의 줄파산 및 폐업이 이어졌다. 가능성으로 투자를 유치하며 급격히 몸집을 불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탄탄한 기초체력과 질적 성장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자 일부 업체들이 휘청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기업가치가 9조 원에 이르렀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는 지난해 10월 말 폐업했다. 아르고AI는 포드와 폭스바겐 등으로부터 총 36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자받은 곳으로,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 등과 함께 자율주행 선두주자로 손 꼽혀왔다. 하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파키스탄의 우버로 불리던 모빌리티 스타트업 에어리프트는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 조달 실패로 지난해 7월 폐업했다. 앞서 회사는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1060억 원을 조달한 바 있다.
가상자산 기업들의 서비스 종료도 이어졌다.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는 지난해 11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회사 부채만 최대 6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약 10년 업력의 가상자산 결제기업 와이어는 이달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약세장이 1년 이상 지속된 데다 최근 FTX까지 무너지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북은 이르면 2024년까지 스타트업들의 파산 및 폐업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세계 VC들은 그간 풍부한 유동성에 자생력이 없는 스타트업에도 투자해왔다”며 “투자 이후 자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은 밸류에이션 조정을 통해 겨우겨우 절벽 위에 서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최근까지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줄파업이 이뤄졌지만, 분야와 상관없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의 폐업 비율이 앞으로 극적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