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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가운데 현역 복무를 한 이들은 4070명으로 전체의 69.2%였다. 나머지 1815명 가운데 면제 1027명(17.4%), 방위 664명(11.3%)이고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이 124명(2.1%)였다.
직급별로 보면 국회의원 면제율이 28.2%(81명)로 가장 많았다. 이를 두고 여의도에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면 군대를 면제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이어 외무공무원 26.7%(31명), 장차관 23.6%(21명), 1급 공무원 21.8%(45명) 순이었다. 직급 가운데 유일하게 전부가 병역 의무를 이행한 데는 군(軍)이 유일했으니, 하나 마나 한 소리였다.
고위공직자의 직계비속 병역 이행 사항도 눈에 띄었다. 국회의원 아들과 손자는 면제율이 21.6%였다. 외무공무원 직계비속의 군 면제율도 15.5%나 됐다. 외국 근무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현지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병역사무를 관장하는 병무청 소속 직원 가운데 아들과 손자가 면제 판정을 받은 비율이 18.4%였다.
고위공직자와 직계비속이 일반과 비교하면 군 면제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관건은 사유였다. 병무청에 따르면, 1999년 기준 일반인 평균 면제율은 36.5%였다. 그러나 고위공직자 등의 군 면제 사유 가운데 절반 이상(53%)이 질병이었다. 체중미달, 척추디스크, 안과질환, 정신지체 등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인 면제 사유가 대부분 저학력, 유죄판결, 생계곤란, 고아 등인 것과 비교된다. 심지어 신상우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7명은 탈영으로, 다른 9명은 병역기피로 각각 병역 의무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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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고위공직자의 병역 이행 사항은 줄곧 일반에 공개됐다. 그때부터 병역은 고위공직자 자격을 따지는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가깝게는 윤석열 정부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후보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정호영 후보자가 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이 일었다. 결국 경찰 수사로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정 후보자는 이미 사퇴한 후였다. 여러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었는데 병역 의혹도 개중에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