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기준 에스테틱(미용) 레이저 의료기기 국내 1위, 글로벌 5위 기업인 루트로닉(085370)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루트로닉은 레이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달성하는 한편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명 루트로닉은 라틴어로 빛(Lux)과 전자(Electronic) 뜻하는 단어를 합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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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로닉의 기록적인 성장은 창업자인 황해령 회장의 혜안과 혁신이 근간에 있다고 업계는 평한다. 1997년 루트로닉 설립 당시만 해도 레이저에 기반한 의료기기로 세계 최고를 꿈꿨던 그의 목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더 많이 받았다. 해외 기술에 의존해 막 시장이 움트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황 회장은 자신만만했다. 기술력만 확보한다면 외산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회사 창립 후 4년간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다 보니 성과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까지 터지면서 자금 수혈도 원활하지 않아 황 회장 사재까지 털어야 했다.
다행히 회사의 비전을 높게 평가받아 기술보증기금 지원 등으로 자금에 대한 숨통이 트였다. 이 결과 회사는 금세 활기가 돌았다. 2000년 자체 기술로 만든 레이저 의료기기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일본 후생성 등의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2003년 대만으로 첫 장비를 수출하고, 2006년 세계에서 2번째로 프락셔널(피부 표면에 미세한 레이저 빔을 조사) 레이저 장비를 선보이면서 시장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오히려 국내 시장이었다. 보수적인 의료기기 시장에서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루트로닉의 제품을 써줄 리 만무했다. 황 회장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발로 뛰며, 굳게 닫혔던 병원들의 문을 열었다. 직접 제품을 보여주고, 사후서비스까지 챙기니 어느새 병원들이 먼저 찾는 제품이 됐다.
황 대표는 “무엇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한 품질력 덕분에 빠르게 병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먼저 찾는 제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에도 오늘날 루트로닉이 있게 한 R&D에 경영의 최고 가치를 두고 있다. 올해 연간 매출액 2000억원이 무난히 넘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R&D 비중은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약 330명에 달하는 국내 직원의 20%가량도 연구인력이 차지한다.
그사이 회사가 성장한 만큼 황 회장은 경영진의 전문성을 높여 자신의 역할을 분산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윤식 재무전략본부장(맥쿼리 그룹 출신), 래리 레이버 북미영업총괄(사이노슈어 영업 총괄 출신), 류재훈 생산품질본부장(에너테크 인터내셔널 출신), 제임스 바톨로메즈 최고기술책임자(시네론 칸델라 출신) 등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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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글로벌 톱으로 도약을 위한 준비는 마쳤다”며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만큼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직접 발로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루트로닉의 최대주주는 19.30%의 지분을 보유한 황 회장이다. 이외에는 대부분 개인이 투자에 참여해 그의 뜻에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