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CBC그룹 인수설…자진 상장폐지시 내 주식의 향방은

김유림 기자I 2022.07.23 09:45:15

95% 지분 확보 우선, 공개매수 절차
글로벌 회사에 인수, 상폐 밟은 옥션
외국인펀드들 ‘알박기’ 전략 차익시현
산자부 “협의 제대로 하면 인수 가능”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사모펀드 CBC그룹이 휴젤의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상장폐지라는 단어 등장에 당황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자진 상장폐지는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 상장이 폐지되는 경우와 크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휴젤의 CBC그룹 자진 상장폐지 보도와 관련된 해명공시. (자료=금감원)


지난 12일 블룸버그 통신은 사모펀드 CBC그룹이 휴젤의 비상장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금 조달을 모색하기 위해 고문들과 예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젤을 국내 증시 상장폐지한 이후 홍콩에서 재상장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선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요건은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분기보고서 기준 CBC그룹,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다발라, GS·IMM인베스트먼트 연합이 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APHRODITE ACQUISITION HOLDINGS LLC)를 통해 휴젤 지분 43.24%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율은 44.54%, 나머지는 기타 기관투자자 지분이다. CBC그룹은 휴젤의 발행주식총수 중 자신의 보유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 전부를 매수대상으로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서 가격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앞서 외국계 기업에 인수되고 나서 코스닥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던 옥션 사례를 살펴보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공개 매수가 진행됐다. 2001년 글로벌 기업 이베이는 옥션의 주식 50.01%를 인수, 2003년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미국 나스닥 상장법인 이베이는 글로벌에 27개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중 옥션을 제외한 모든 자회사를 100% 지분 보유 비공개 회사로 운영했다.

이베이는 2003년 11월부터 20일간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며, 매수가격은 7만원으로 결정했다. 7만원은 공개매수신고일 직전 종가인 5만5900원보다 약 25%가 할증된 가격이다. 하지만 외국인펀드를 중심으로 공개매수가격의 상향조정이 요구됐고, 공개매수 대상인 49.99% 중 12.08%만 응했다. 외국인펀드들의 옥션 알박기 전략은 지속됐고, 이베이는 2004년 9월 매수가를 80%가량 상향조정해 주당 12만5000원에 매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공개매수가격 발표에 힘입어 옥션의 주가는 주당 11만51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업이 망가져서 한국거래소가 강제로 상장폐지를 시키는 건 나쁜 것이지만, 회사가 잘 돌아가는 데 대주주가 사업 전략상 자진 상장폐지를 하는 건 다르다”며 “옥션 공개매수에서 모두가 차익을 시현하고 해피하게 끝났다. 당시 재직했던 회사에서 실제로 옥션 공개매수를 통해 100% 이익을 남겼다”고 말했다.

CBC그룹이 휴젤의 100% 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라는 절차도 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보툴리눔 독소를 생산하는 균주 포함)이 국가핵심기술이다.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산자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산자부 측은 협의만 제대로 된다면 외국기업의 인수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것 자체를 다 막지는 않는다. 산자부와 협의를 통해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여러 보호조항들을 설치해야만 인수를 허가해 준다”며 “당초 약속했던 보호조치 부분들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경우 수사의뢰를 하고, 원상회복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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