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허투 효과 강력, 유방암→폐암으로 적응증 확대 시도 中
엔허투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대상 3차 치료제로 공동개발한 약물이다. 양 사는 해당 적응증으로 미국(2019년 12월)과 일본(2020년 3월), 유럽연합(2021년 1월), 호주(2021년 10월) 등 각국 의약 당국으로부터 차례로 엔허투의 판매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엔허투의 효과가 강력해 이를 뛰어넘는 약물을 개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개발 중인 HER2 ADC 치료제 후보물질이 엔허투 보다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세대 ADC가 접목된 엔허투의 효능이 너무 강력하다”며 “다른 물질과 병용 요법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ADC란 항체와 접합체(링커), 약물(톡신 혹은 페이로드), 결합방법 등 네 가지 구성 기술이 융합된 플랫폼이다. 1세대 ADC는 항체에 약물이 무작위적으로 붙는 데 반해, 2세대 ADC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 등을 사용해 정해진 곳에만 약물이 붙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AZ와 다이이찌산쿄는 지난해 9월 엔허투가 1세대 ADC를 바탕으로 개발됐던 스위스 로슈의 ‘캐사일라’(성분명 트라스트주맙 엠탄신) 보다 질병 진행이나 사망률 등을 72%까지 더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임상 3상 결과를 추가로 발표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HER2 양성 성인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관련 엔허투의 적응증 추가 신청 건을 신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2020년 FDA가 이미 엔허투를 해당 적응증 대한 혁신치료제로 지정했기 때문에 개발사 측은 올해 3분기 내 긍정적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중이다.
켄 타케시타 다이이찌산쿄 연구개발부문장은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며 “엔허투를 투여받은 관련 환자 중 절반 이상에서 개선 효능이 나타났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허투가 유방암을 넘어 추가 고형암을 대상으로 적응증 확대를 시도하며, 새로운 시장를 선점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
◇레고켐, ADC 기술력 갖춰...“자사 물질 효능 기대”
엔허투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늦추지 않는 기업이 레고켐바이오다. 회사 측은 HER2 ADC인 ‘LCB14’를 발굴한 바 있다.
엔허투와 LCB14는 모두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대상 1차 치료제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항체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항체에 붙인 링커과 톡신이 판이하다.
엔허투는 국소이성질화효소(토포이소머라아제)Ⅰ 억제제 계열의 데룩스테칸을 톡신으로 사용했다. LCB14의 경우 미세소관 억제제인 MMAF를 톡신으로 활용했다. 링커 역시 각사가 자체 개발한 물질로 알려졌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ADC 구성 기술 중 우리는 항체를 제외한 결합방법과 링커, 톡신 등에 매우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엔허투 개발사가 가진 ADC 기술에 전혀 밀리지 않고, 그 효능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중국 포순(Fosun) 파마에게 LCB14에 대한 중국 판권을 기술이전했다. 또 지난해 12월 이 물질과 관련해 글로벌 판권(중국, 한국 제외)을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익수다)에 기술 이전한 바 있다. 현재 포순 제약은 LCB14 관련 유방암(임상 1상), 비소세포폐암 및 위암, 대장암(임상 2상) 등을 두루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순 파마가 엔허투가 했던 유방암, 폐암 등 여러 고형암 대상 임상 2상에 들어갔고, 글로벌 임상은 익수다가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물의 효능이 잘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 물질이 개발되면 향후 엔허투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