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장기 이식 연구는 미국이 가장 앞서있지만 한국도 글로벌 선두주자에 속한다. 이 분야 국내 대표기업으로 손꼽히는 옵티팜(153710)의 김현일 대표이사를 지난 26일 줌(zoom)을 통해 만났다. 김 대표는 “앨라배마 대학교의 성과는 전세계 이종장기 이식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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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장류에 이종장기 이식을 실험한 게 십여년전인데 사람에게 이제껏 하지 못했던 이유는 면역거부반응과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의 발암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두 차례의 이식수술에서 이 두 가지 우려요소가 해소됐기에 이종장기 이식은 앞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020년 기준 4만7706명. 이중 2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매년 대기명단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186억달러(약 22조원) 규모였던 전세계 인공장기 시장은 2025년 309억달러(약 37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줄기세포로부터 분리한 세포를 재조합해 만든 장기 특이적 세포집합체인 미니장기(오가노이드)나 인공장기 같은 해법도 언급되지만 가장 현실에 가까운 것은 이종간 장기이식이다.
옵티팜은 이종장기 분야 중에서도 이종신장과 이종췌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종췌도 이식이란 돼지의 췌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세포덩어리인 췌도를 분리해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돼지 췌도 이식 연구는 다른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진행 중인 분야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일반 미니돼지의 췌도를 사용하는 기업들과 달리 옵티팜의 형질전환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설치류들은 100여일간 정상혈당을 유지했다”며 “면역반응을 상당부분 제어해 장기 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 투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옵티팜 기술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옵티팜은 오는 2023년 7월까지 영장류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돼지 췌도 전임상시험을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올 하반기 중 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옵티팜은 지난 2006년 모회사인 이지바이오가 동물질병진단사업을 위해 설립해 지난 2018년 10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옵티팜은 동물 사업만으로도 안정적인 매출을 내던 회사다. 그러다 동물 사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체 사업에 투자를 병행하게 됐다.
김 대표는 “동물용 백신을 성공리에 개발해도 기술이전 업프론트(계약금)가 많아야 인체용 백신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옵티팜은 동물 질병 진단과 동물 약품, 사료첨가제, 의료용 돼지인 메디피그 판매로 매출을 창출해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백신과 박테리오파지, 이종장기 연구개발 등 인체 생명공학사업 연구개발에 자본을 투입하는 사업구조를 갖고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인 66억7100만원이 동물 백신과 같은 동물의약품 판매에서 나왔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입장공장에서는 연간 350두의 메디피그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시장의 약 15% 수준이다.
아직은 인체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수익화에 성공할 경우 빠른 규모 성장이 기대된다. 현재 형질전환돼지의 마리당 가격만 5000만원에 달하며 업계에서는 이종장기 이식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돼지 췌도 이식에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약 2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2006년 처음 옵티팜을 만들었을 때는 국내 최고의 동물질병진단센터를 만들고자 했지 지금과 같은 연구들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지금의 옵티팜은 박테리오파지, 이종장기 이식 등 다른 회사들이 하기 어려운 연구와 사업을 하고 있다. 성공하면 블루오션이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부터는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과 서비스 판매를 늘려 캐시카우인 동물 사업 매출도 본격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김 대표는 “흑자전환은 가능한 빨리, 늦어도 내년에는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