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후보는 중도·진보 진영의 기대주였다. 정치 신인으로 젊은 층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당시 한국갤럽의 지지도 추이를 보면 선거 100일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30~40%)의 대항마는 안철수(20~30%)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지율은 10% 초반에 머물렀다.
당시 민주당은 당내 갈등 등으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선거 전 120일을 앞두고 모바일 경선 투표 불공정 시비가 일었고, 대선 후보 경선은 파행을 겪었다. 대선 100일도 남지 않았던 시점에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도부 쇄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문재인 후보에게도 정권 교체 지지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기존 민주당 지지자들의 회귀였다.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수라는 의견이 개진됐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 50일을 앞두고 단일화 승부수를 던졌다.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안 후보를 단일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수 있게 됐다. 일주일 뒤 단일화에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합의가 무산된 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를 처음 역전했다. 단일화 결렬에 대한 야권 지지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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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은 여당의 자멸로 일찌감치 야당으로 승부가 기울었다. `촛불 정국`에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까지 맞물려 여당은 지리멸렬했다. 그 사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0% 지지율을 기록하며 앞서 갔다. 문재인 대항마는 같은 당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정도였다.
탄탄할 것만 같았던 민주당의 대선 행보도 경선 후유증으로 흔들렸다. 문재인 후보가 선출되는 과정에서 안희정·이재명 지지자들이 이탈했다. 대선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반사 이익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35%까지 올라섰고 선두 문 후보(38%)와의 지지율 격차는 3%포인트로 좁혀졌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표가 문 후보에게 돌아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후보가 보수층을 결집하고 중도층 일부를 흡수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다급해진 안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자멸에 가까운 실수를 연발했다. 그는 2위 자리마저 홍 후보에게 내주고 말았다. 문재인 41.1%, 홍준표 24.0%, 안철수 21.4%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