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위기 때 빛난 ‘洪기만성’…최장수 경제사령탑 오른 홍남기 부총리

이명철 기자I 2021.04.01 00:00:00

4월 1일 취임 843일째…초기 ‘예스맨’서 ‘소신맨’ 거듭나
일본 무역 갈등 때 존재감 두각…코로나 겪으며 진두지휘
사퇴 압박에도 대통령 굳건한 신임 얻어…향후 행보 주목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1일로 취임 843일째를 맞으며 기획재정부 출범 이후 최장수 경제사령탑을 맡는 기록을 세웠다. 취임 초기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감염병과 경제위기가 동시에 습격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면서 위기대응 역량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홍 부총리는 4차레에 걸친 재난지원금 지급 등 위기 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정치권의 과도한 지출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치권과 각을 세우면서 사퇴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아래 2년 넘게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4월 1일 재직 843일로 최장수 부총리가 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10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경제전쟁 때 위기 대응 역량 드러내

현재 홍 부총리가 주재하고 있는 회의만 해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비경 중대본)을 비롯해 관계장관회의(부동산·대외경제·한국판뉴딜 등) 등 어림잡아도 1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실시하면서 수도 없이 국회를 출석했고 수시로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는 등 주말에도 쉴 틈이 없다.

2018년 12월 11일 공식 취임한 홍 부총리는 이전 부총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는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며 한·일 무역 갈등이 불거진 2019년 7월부터다.

홍 부총리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했고 같은해 8월 종합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산업 육성·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홍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은 발빠르게 대응해 초동진화에 성공했다.감염병 공포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5부제를 실시하며 빠르게 대처한 것은 홍 부총리와 기재부의 기획력이 부각됐던 대표적 사례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2월 대도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관련해 부동산 투기 근절·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LH 혁신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홍 부총리가 부동산 안정을 적극 주문하면서 공급 대책 등도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 기재부가 참여해 대대적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모든 방법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했다”며 “홍 부총리가 부동산 회의를 이끈 지 1년도 안됐는데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발 경제위기 대응과정서 곳간지기 역할 충실 수행

취임초에는 전임자인 김동연 부총리에 데인 문재인 정부가 ‘예스맨’을 낙점했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같은 선심성 대책을 주문하는 요구가 쏟아졌지만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과 재정 건전성 고려’라는 일관된 원칙을 강조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냈다.

홍 부총리가 버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경질카드’를 꺼내들고 압박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둘러싼 여당과의 힘겨루기에서 매번 완패한 탓에 ‘홍두사미’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을 얻기도 했지만 유력 대선주자이자 본인을 발탁한 이낙연 당시 당대표가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별+보편 지원’을 제안하자 페이스북에서 “쉽지 않다”고 각을 세우는 등 할말은 했다.

결과적으로 4차 재난지원금은 증액은 수용하되, 선별 지원을 관철해 냄으로서 경제사령탑이자 곳간지기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6일 강원도 횡성 일반산업단지 디피코 공장에서 열린 ‘강원형 일자리 선정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기재부 연쇄 승진인사로 인사적체 숨통

최근 기재부는 그동안의 노고를 승진으로 보상받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사퇴로 빈자리에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채웠고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이 이 수석의 자리로 들어갔다.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는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옮겼다. 정책실장-경제수석-경제정책비서관 라인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물러난 자리는 이억원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안 차관이 경제수석으록 가면서 빈 2차관은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이 올라가게 됐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3월 29일 관세청장으로 취임하는 등 기재부 내에서는 승진으로 인사적체의 물꼬를 트는 선순환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김용범 차관 또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임으로 동시에 거론된다.

홍 부총리가 경제 사령탑으로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기에 때문에 가능한 인사라는 평가다.

세종관가에서는 최장수 타이틀을 얻은 홍 부총리의 향후 행보가 관심사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권 도전을 위해 4월중 사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4월 7일 보궐선거 후 정국이 요동칠 경우 대규모 개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 상황이 위중한 만큼 문정부 마지막까지 경제사령탑 자리를 지킬 것이란 관측과 함께 정 총리가 비운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홍 부총리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경기회복에 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에는 코로나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도 K-방역, 기생충, BTS 등 한국인들이 쏘아올린 희망은 전세계인의 큰 호응을 얻었다”며 “이러한 희망이 올해는 경제분야로 이어지도록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