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역사①] 한탄강 적벽에 새겨진 땅의 이야기

강경록 기자I 2018.03.24 00:00:01

한국관광공사 4월 추천 가볼만한 곳
한탄강지질공원
글·사진= 진우석(여행 작가)

경기도 연천 아우라지 용암베게
경기도 포천 대교천 현무암협곡
경기도 포천 화적연 전경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보전 가치가 높은 지질 명소를 교육·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은 한탄강, 임진강, 차탄천 등에 흩어진 지질 명소를 둘러본다. 화산이 남긴 유구한 흔적을 찾아보는 시간 여행이며, 한탄강에 숨은 보물을 만나는 여행이다. 연천군과 포천시에 속한 관련 명소가 20군데나 되고 찾아가기 어려운 곳도 있어서, 접근성 좋고 관광자원으로 의미 있는 곳을 선별했다. 한탄강지질공원 중 연천군에 속한 곳은 당포성, 임진강 주상절리, 전곡리토층전시관, 좌상바위, 재인폭포 등이고, 포천시 쪽은 대교천 현무암 협곡, 화적연, 멍우리 협곡, 비둘기낭폭포, 아우라지 베개용암 등이다.

임진강변에 세워진 당포성


◇천혜의 성벽 ‘임진강 주상절리’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은 방대한 지역을 1박 2일에 둘러봐야 하므로 동선을 잘 짜야 한다. 첫날은 임진강과 한탄강을 거슬러 오르며 연천군에 속한 지질 명소를 돌아보고, 고대산자연휴양림에서 숙박한다. 이튿날은 한탄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포천시에 속한 지질 명소를 찾아본다.

조선 시대 문신 홍귀달은 연천군을 ‘산은 첩첩이 돌아오고 물은 구불구불 흐르는’ 고장이라고 했다. 그 시구처럼 고대산(832m)과 지장봉(877m) 등이 우뚝하고 한탄강과 임진강이 흐른다. 처음 찾아갈 곳은 임진강 변에 있는 연천 당포성(사적 468호)이다. 고구려 때 쌓은 당포성은 당포나루로 흘러드는 당개 샛강과 임진강 본류 사이에 형성된 삼각형 절벽 위에 자리한다. 임진강 변 높이 약 13m 수직 주상절리 위에 현무암으로 성을 쌓았다. 임진강 주상절리 절벽을 천혜의 성벽으로 삼은 셈이다. 당포성 위에 서면 유장한 임진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당포성에서는 그 아래 있는 주상절리가 보이지 않는다. 임진강 주상절리를 보려면 임진강 주상절리 조망지(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64-1)로 가야 한다. 당포성에서 차로 10분 거리이며,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가깝다. 조망지에서는 높이 25m, 길이 2km에 이르는 주상절리 절벽이 잘 보인다. 이 절벽은 한탄강을 따라 흐르던 용암 일부가 임진강 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형성됐다. 용암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린다. 가을철에는 주상절리에 돌단풍이 붉게 물들어 ‘임진적벽’이라 불린다.

전곡선사박물관


◇한반도 구석기 역사 품은 ‘전곡리’

임진강 주상절리에서 한탄강을 따라 동쪽으로 8km쯤 가면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268호)을 만난다. 여기서는 전곡리 토층부터 살펴보자. 토층은 현무암 위에 오랜 세월 모래와 흙이 2~7m 쌓인 걸 말한다. 여기서 주먹도끼를 비롯한 구석기시대 석기가 다수 발견됐다. 토층은 고고학과 고기후학 연구에 중요한 지질 자료라고 한다.

토층에서 가까운 전곡선사박물관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꼭 들러야 한다. 박물관 외형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처럼 생겨 타임머신을 타고 구석기시대로 여행하는 기분이다. 내부에는 동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중심으로 동굴벽화,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등 교육적인 전시물이 가득하다.

전곡리 유적에서 다시 한탄강을 거슬러 10분쯤 간다. 궁평리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높이 60m 현무암 좌상바위와 둥근 베개 모양을 한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천연기념물 542호) 전망대(아우라지 베개용암은 포천시에 있지만, 전망대는 연천군에 속함)를 차례로 지나면, 연천 최고의 지질 명소로 꼽히는 재인폭포에 닿는다.

재인폭포는 원형으로 감싸는 거대한 주상절리가 압도적이다. 지장봉에서 흘러 내려온 작은 하천이 높이 18m에 달하는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에서 쏟아진다. 스카이워크 형태로 만든 높이 27m 전망대에서 폭포를 내려다보고, 탕탕 철 계단을 밟고 폭포 바닥까지 내려가 감상한다. 바닥에서 보면 장대한 규모에 인간이란 존재가 한없이 작아진다. 재인폭포에서 연천군 일정을 마무리하고 고대산자연휴양림에 묵었다. 휴양림은 2017년 개장해 시설이 깨끗하다.

멍우리 협곡에서 바라본 부소천 주상절리


◇웅장한 현무암 절벽 ‘대교천’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열자 상쾌한 공기가 밀려온다. 고대산의 너른 품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청량하다. 첫 번째 들러볼 포천의 지질 명소는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천연기념물 436호)이다. 철원 고석정에서 멀지 않다. 냉정저수지를 지나면 이정표가 보인다.

주변이 온통 너른 들판이라 여기 무슨 지질 명소가 있을까 싶은데, 안내판 앞으로 가니 수직 절벽 아래 대교천이 흐른다. 시야가 트인 곳에서 대교천의 진가를 감상할 수 있다. 물줄기 양쪽에 길이 1.5km, 두께 25m 현무암 절벽이 웅장하다.

포천 화적연(명승 93호)은 한탄강화적연캠핑장 앞에 있어 찾기 쉽다. 그동안 둘러본 지질 명소가 주로 현무암 주상절리와 협곡이었다면, 화적연은 한탄강 안에 우뚝 솟은 높이 13m 화강암 덩어리다. 생김새가 마치 볏단을 쌓아놓은 것 같아서 화적연(禾積淵)이라 한다. 화적연 주변으로 백사장이 있어 해수욕장에 온 기분이 든다. 화적연은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정선이 금강산 유람하러 가는 길에 들러 진경산수 기법으로 화폭에 담았다.

화적연을 적신 한탄강은 남쪽으로 흐른다. 강을 따라 3km쯤 흘러가면 포천 한탄강 멍우리 협곡(명승 94호)에 닿지만, 차를 타고 빙빙 돌아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거대한 철교를 만난다. 한탄강과 합류하는 부소천에 놓인 다리로, 중간에서 부소천 주상절리가 잘 보인다. 다리에서 아주머니 여행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비둘기낭폭포에서 왔다고 한다. 한탄강둘레길을 따라 걸어온 것이다. 멍우리 협곡 일대는 여유롭게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하기 적당하다.

포천 비둘기낭폭포 전경


◇포천 제일의 지질 명소 ‘비둘기낭폭포’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에 가까운 산정호수에 들러보자. 산정호수 둘레길을 한 바퀴 돌거나, 최고 전망을 자랑하는 김일성별장 터에서 조망을 즐겨도 좋다. 별장 터에 서면 화적연을 뻥튀기한 것 같은 명성산 화강암 봉우리가 호수에 잠긴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포천 제일의 지질 명소로 꼽히는 비둘기낭폭포(천연기념물 537호)다. 폭포로 가는 길에 멀리 지장봉이 품을 활짝 열고 맞아준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계곡에 숨은 비둘기낭폭포가 나타난다. 주변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주머니 모양이라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하식 동굴과 협곡 같은 침식지형,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신비로워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비둘기낭폭포를 끝으로 연천과 포천에 걸친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연천) / 당포성→임진강 주상절리→전곡리 유적→좌상바위→아우라지 베개용암→재인폭포, ▷한탄강지질공원 여행(포천) / 대교천 현무암 협곡→화적연→멍우리 협곡→산정호수→비둘기낭폭포

△1박 2일 여행 코스= 당포성→임진강 주상절리→전곡리 유적→좌상바위→아우라지 베개용암→재인폭포→고대산자연휴양림→숙박→대교천 현무암 협곡→화적연→멍우리 협곡→산정호수→비둘기낭폭포

△가는길= 구리포천고속도로 양주톨게이트→동두천교차로→당포성, 구리포천고속도로 신북 IC→초과사거리→대교천 현무암 협곡

△주변 볼거리= 교동가마소,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 백운계곡, 포천아트밸리, 구라이골 등

연천 재인폭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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