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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고형권 차관은 20~21일 베트남 호이안에서 열린 APEC 재무장관회의 중에 데이비드 말패스 미국 재무부 국제업무 담당 차관, 짜오 밍지 중국 재정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양자 면담을 갖고 고위급 채널을 통한 양국 재무당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고 차관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FTA·사드 등) 현안까지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미국·중국의 좋은 채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과 꽤 좋은 (분위기에서) 얘기를 나눴다. 중국 측과는 앞으로 일이 생기면 서로 긴밀하게 논의하기로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측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나타난 무역 보복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고 차관은 “‘당 대회 이후 정책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 측은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정부 안팎에선 오는 24일 폐막하는 중국의 당대회(전국대표자회의) 이후 사드 보복이 줄어들고 한·중 관계가 회복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고 차관은 이번 APEC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양적 성장뿐 아니라 성장의 질을 높이기 위한 회원국들의 정책경험을 적극 공유해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고 차관은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성별·지역·연령 간 디지털 격차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APEC 차원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차관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인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성장, 공정 경제에 대해 회원국들에게 설명했다. 서민금융 지원책,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성 제고 등 현 정부의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포용 정책도 설명했다. 민관협력 사업으로 대규모 투자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우리의 경험을 회원국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양자 면담도 잇따랐다. 고 차관은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스테판 그로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와의 면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국제기구와의 협업 강화를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어 고 차관은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석한 리차드 캔터 무디스 부회장과도 면담을 갖고 국제신용평가사와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18일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종전의 ‘Aa2’와 ‘안정적’으로 각각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Aa2’ 등급은 한국에 부여된 역대 최고 등급이며, 무디스 등급체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한편 이번 APEC 재무장관회의는 ‘새로운 역동성 창조, 함께하는 미래 만들기’ 주제로 열렸다. 회원국들은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금융시장 불안, 낮은 생산성이 우려되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회원국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재정·구조개혁 등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또 장기 인프라 투자 확대, 포용적 금융 진전, 조세회피 대응 등에 정책 공조를 하기로 했다.
APEC은 2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협력체다. 재무장관회의는 1994년부터 매년 열렸다. 고 차관은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대신해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