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낚시성 상품’ 지적을 받던 카드사의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에 등을 돌리고 있다. 신규 판매가 중단된 가운데 기존 고객의 이탈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드사는 지난해 비용(보험료)대비 6배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65만명 불완전판매 확인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 상품을 팔고 있지 않는 우리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채무 면제·유예상품 가입자는 지난해 말 270만 4000명으로 2015년 말 332만 3000명보다 61만9000명(19%)줄었다. 2015년 감소자 14만 2000명(4%)의 4배가 넘는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은 카드사가 보험사와 손을 잡고 만든 사실상의 보험상품이다. 매월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면 가입자가 질병 등 사고가 났을 때 채무를 면제해주거나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가입 당시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 않거나 무료서비스인 것처럼 설명하는 등 고객에게 제대로 상품 설명을 하지 않고 가입을 유도하는 불완전판매가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 채무면제·유예상품 피해보상 신청이 있거나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사람만 65만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카드사에 상품의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했고 카드사들은 이후 3개월 만에 상품 판매를 접었다. 지난해 채무면제·유예상품 가입자 수가 크게 준 이유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상품의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해지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카드사, 보험료 대비 6배 수수료 수입 챙겨
가입자 수가 줄면서 카드사가 채무면제·유예상품에 받던 수수료 수입도 지난해 1956억원으로 2015년(2580억원)에 비해 624억(24%) 감소했다.
그럼에도 카드사가 회원에게 받은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에만 1628억원에 달했다. 2015년(6.5배)보다 줄었지만 보험료 대비 6배의 수입이다.
이는 보상금 지급리스크를 회피(헷지)하기 위해 손해보험사에 가입한 계약이행보상책임보험(CLIP)의 보험료 328억원을 제외한 규모다.
카드사들이 보험회사에 낸 보험료 대비 카드 회원에서 받은 수수료 수입 비율을 보면 현대카드가 8.4배로 가장 높고 국민카드가 4.3배로 가장 낮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보험료 외에도 전산·영업비 등 운영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 외에도 들어가는 사업비용이 더 있다는 얘기다. 보험권에서는 채무면제·유예상품에 대해서도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 상품은 여신서비스 부수 업무로 간주해 보험상품과 달리 상품설계·수수료율·판매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기능(보험)을 한다면 같은 규제(보험요율과 판매규제 등)를 하는 게 맞다”며 “규제를 강화하면 카드사의 과도한 수익구조도 적정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이란
카드사가 매월 카드이용금액의 0.35% 수준의 수수료를 카드 회원으로부터 받고 회원이 사망, 입원 등 특정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이용금액 중 미결제금액(채무)을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