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084110)는 차별화한 신약이나 개량신약으로 성장을 이끌어 오지 않았다. 대다수 제약사들이 유사 영역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일 때 시장 수요가 있는 틈새시장을 집중 발굴, 발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맞춤형 전략’이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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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온스는 전신인 광명약품, 광명제약을 포함해 61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윤 부회장의 부친인 고 윤명용 회장이 1965년 광명약품을 설립했고 윤 부회장은 부친이 별세한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윤 부회장은 휴온스의 실질적 창업주로 평가받는다. 윤 부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제약사 면모를 본격적으로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휴온스의 전신인 광명약품은 연 매출 50억원 남짓을 기록한 영세 업체에 머물렀다. 1997년 윤 회장이 갑작스럽게 암으로 작고한 이후 회사를 이끌기 시작했고 약 20년 만에 회사를 30배 이상 키웠다. 휴온스라는 사명은 2003년부터 달았다.
윤 부회장은 “회사 경영을 맡았을 때 연 매출 60억원 가량으로 국내 제약업체 중 130위 정도에 머물렀는데, 지난해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면서 20위대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33세인 1997년에 회사에 입사한 이후 당시 투병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경영을 시작했다. 특히 1992년 무리한 공장 투자로 부도 직전에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다. 윤 부회장은 “매출 20억원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80억원을 투자했는데, 매달 벌어들인 금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을 이자로 부담하면서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회상했다.
윤 부회장은 당시 직원 70여명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회사 체질을 개선했다. 경쟁업체들이 진출하지 않는 블루오션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국내업체들이 유리 소재로 생리식염수 용기를 만들 때 플라스틱으로 바꿔서 원가도 줄이고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고농도 비타민 주사, 1회용 점안제 등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며 회사 성장의 발판을 삼았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마늘 주사 등 차별화한 ‘웰빙의약품’을 장착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미용 필러를 비롯해 의료기기 제품의 해외 시장 공략도 탄력을 받았다.
대다수 국내업체들의 수익원(캐시카우)인 복제약(제네릭) 시장에 전념하지 않았다. 남들이 하는 분야에 진출해 소모전을 치르는 것보다는 차별화 제품으로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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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부회장은 “현재 비급여 의약품을 비롯해 미용 제품 등으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장기 성장동력은 신약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인 R&D(연구개발) 전략으로 다양한 신약을 배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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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하면서 사업 영역이 경쟁사들과 많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국내제약사들의 수익원은 제네릭 분야에 편중돼 있는데 반해 휴온스는 제네릭 의존도가 높지 않다. 비만치료제, 비타민주사제 등 비급여 의약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전동식 의약품 주입 펌프 ‘더마샤인 밸런스’와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 시리즈’ 등이 포진한 의료기기 매출이 전년대비 162.6% 성장했다. 중국에서만 전년보다 128.5% 증가한 363억원어치 팔렸다.
-제약업계에서도 휴온스의 반등을 기적이라고도 평가한다. 한때 부도 위기까지 갔었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1992년에 회사에 입사했는데 약 10년 가량 고생을 많이 했다. 당시 연 매출 20억원 규모인데도 공장을 짓는데 80억원을 투자했다. 한 달에 1억7000만~1억8000만원 매출을 올리는데 이자만 7000만~8000만원 정도 나갔다. 1997년 선친께서 돌아가시자 돈을 빌려준 친구 분들이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내가 망하는구나, 여기서 끝이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막바지에 몰렸다. 당시 필수 인력 70명만 남았는데 직원들이 회사를 살려보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밤낮으로 편지도 쓰고 술도 마시면서 ‘아직은 희망이 있다. 잘되면 보답하겠다’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회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조금씩 회사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경영이 의지만으로 안될텐데 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나.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찾아다녔다. 대표적인 제품이 플라스틱 용기의 생리식염수다. 과거에는 유리로 만든 용기만 유통됐는데 운반 도중 깨지거나 간호사들이 개봉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예맨에 출장을 갔는데 유럽에서 수입된 플라스틱 용기를 발견하고 우리도 직접 만들어보자고 시도했다.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내놓자 바로 반응이 왔다. 매출은 기존보다 3배가량 늘었고 원가는 3분의 1로 줄었다. 그때는 제품 개발 능력도 없고 신약 만드는 건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원가를 절감하고 매출을 늘리는 기가막힌 아이디어로 회사를 살린 셈이다. 이때부터 숨통이 트였다.
2007년 국내 최초로 1회용 점안제를 개발해 다국적제약사 알콘에 판권을 넘긴 것도 ‘신의 한수’였다. 국내업체가 만든 제품을 다국적제약사에 판권을 넘기는 사례는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왜 대다수 제약사들처럼 제네릭에 집중하지는 않았나.
△사실 일부 제네릭 시장도 두드렸지만 강력한 영업력을 갖춘 대형 제약사들과 경쟁하기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무모하게 영업력으로 승부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진입하지 않은 영역을 파고들었다. 한번은 특정 의원에서 비타민C를 많이 쓰길래 영업사원을 보내 알아보니 미국에서 ‘메가도즈 테라피’라는 새로운 공부를 하고 온 의사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암 환자에 비타민C를 대량으로 투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비타민C를 투여해 통증을 줄이는 치료 요법이다. 당시 500㎖ 40개를 개봉해서 수액에 넣어 정맥 투여했는데, 한번에 투여할 수 있는 20g 고농도 제품을 개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고농도 압축 제제기술을 터득했다. 또 이 제품을 들고 각종 학회에 홍보를 하면서 비만치료제와 같은 ‘웰빙의약품’ 수요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타민주사, 마늘 주사 등을 개발해 공급하면서 회사도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비급여 시장에 주력하다보니 약가인하와 같은 규제에도 타격이 덜했다. 지난 2006년 연 매출 500억원을 기록할 때 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최첨단 공장을 건설했고 유수의 제약사들의 의약품 생산 대행 사업을 진행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 수출성과가 좋다.
△2010년 필러를 개발 중인 휴메딕스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했다. 휴메딕스가 생산한 필러 제품을 휴온스가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하는데 최근 중국에서 인기다.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필러는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에서 4번째로 등록된 이후 매출도 급성장했다. (휴메딕스는 2004년 12월 상장했고 시가총액이 약 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신약 개발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지금까지 회사 형편에 맞춰서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제약사가 결국 가야 할 길은 신약이다. 신약 중에서도 남들과 유사한 제품이 아닌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안구건조증치료제, 지방간치료제 등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중 안구건조증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소에 바이오실도 신설했다. 천연물신약과 개량신약 분야에서도 캐시카우를 발굴할 계획이다. 보톡스가 대표 제품인 보툴리눔톡신제제도 개발 중이며 2018년에는 상업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여러 회사가 보툴리눔톡신제제 시장을 두드리고 있지만 국내업체는 3개, 수입제품은 5~6개에 불과해 충분히 승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주회사체제로 변경하는 의도는 무엇인가(휴온스는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체제로 변경하는 회사 분할안을 의결했다.)
△휴온스를 비롯해 휴메딕스(200670), 휴베나, 휴니즈 등 계열사들이 성장하면서 업무의 중복성 문제가 드러났다. 4개 회사를 이끌어 갈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가 4개 업체의 제품을 들고 수출을 진행하면 효율적으로 업무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주회사 명칭을 휴온스글로벌로 정한 것도 해외 시장 공략의 의지를 반영했다. 해외 사업을 집중 육성해 2020년에는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윤성태 부회장은 1964년 출생으로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휴온스에 1992년 입사했다. 한국제약협회 부이사장, 벤처기업협회 이사 등을 지냈고 한국제약협회 중견기업상생협의회 회장을 역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