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일부 기관들이 사용하는 초단타매매(High Speed Trading) 기법이 개인투자자들의 이익을 앗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시장당국으로부터 나왔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안드레이 키릴렌코 수석이코노미스트가 프린스턴대학과 워싱턴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키릴렌코 이코노미스트를 중심으로 한 조사팀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2년간의 초단타매매 금융기관들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 등 주요 선물거래를 사고 팔아 번 수익과 함께 거래 상대방인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적극적으로 초단타매매에 나섰던 기관들은 시장 전체 거래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수익도 가장 높았다. 이들은 대형 금융기관 투자자들과의 선물 거래에서 한 계약당 1.92달러를 벌었다. 반면 소형 금융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거래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계약당 3.49달러씩의 이익을 냈다.
특히 이들은 지난 2010년 특정달에는 하루 평균 4만5267달러씩 이익을 얻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다소 소극적인 초단타매매 기관들은 다른 기관투자자과의 선물거래에서 약간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들 역시 개인투자자를 상대해서는 계약당 무려 5.05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금융기관들의 초단타매매 기법이 일반적인 투자자들의 이익을 빼앗아간다는 증거가 확실치 않다는 미국 금융당국의 종전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초단타매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키릴렌코 이코노미스트는 “성행하고 있는 초단타매매를 규제함으로써 보다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주지 않을 경우 이익을 침해당한 소형 투자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선물시장을 떠나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CFTC내 5명의 위원들 가운데 민주당 추천인 바트 칠턴 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초단타매매 기법을 사용하는 트레이더들이 시장에 개입해 개인투자자들의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챙겨간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FTC는 현재 이번 연구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은채 다른 연구원들을 통해 재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반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