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석 칼럼니스트] 최근 한 온라인 종합쇼핑몰이 1년 동안 40억원을 들여 고객의 구매성향, 정서적 취향, 선호도 등을 분석할 수 있는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구축해 화제가 됐다. CRM 시스템 치고는 제법 큰 투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막대한 투자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몇년 전만 해도 기업은 고객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IT의 발달에 따라 상황이 변했다. 경쟁사들이 늘어나고 고객의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마케팅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즉 고객이 판매자를 찾아 다니는 ‘셀러 마켓(Seller’s Market)’에서 판매자가 고객을 찾아 다니는 ‘바이어 마켓(Buyer’s Market)’으로 바뀐 것이다. 기업들이 고객과 맞춤형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CRM 시스템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다.
CRM의 필요성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환경이 확대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생성되거나 유통되는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에 쌓이는 소비자 정보의 양은 매해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객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기업과 직접 접촉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생산, 유통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의 구매정보나 쇼핑습관뿐만 아니라 온라인 검색 통계, 위치정보,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경로로 축적된 ‘빅 데이터’를 분석, 활용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에는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만을 골라 생일과 기념일에 맞춰 상품안내 메일이나 쿠폰을 보냈다. 이제는 빅 데이터와 CRM을 접목해 세분화된 고객을 대상으로 평소 갖고 싶어하거나 필요로 하는 상품 아이템을 골라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CRM의 범위도 단순히 서비스 제공에서 전반적인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추세다. 단순한 고객 행동의 결과뿐 아니라 고객의 습관과 생각 등 행동의 맥락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온라인 전문쇼핑몰에서도 고객관리는 중요한 운영요소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면서 기존 고객을 유지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무수한 ‘구슬(고객 데이터)’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의미 있는 단위로 연결하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시대다. 무엇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든 간에 고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키워드가 됐다.